EU 내 동서 갈등 재점화?…8800억달러 코로나지원금 조건 ‘이견’

클레망 본 프랑스 외무부 유럽담당장관이 2일(현지시간) “경제회복기금을 지원할 때, 평등과 언론의 자유 등 기본 인권을 훼손하고 있는 EU 회원국들에 대한 (지원금 회수 등) 금융제재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80시간 마라톤협상 끝에 7500억유로(약 8800억달러)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조성에 합의한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 앞에 반드시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고비가 찾아왔다.

아직 정상 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추후 협상 대상으로 분류된 법치주의 준수와 경제개혁 등 기금 지원 조건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동·서 유럽 국가 간의 갈등이 표면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클레망 본 프랑스 외무부 유럽담당장관은 2일(현지시간) 외신 인터뷰를 통해 “경제회복기금을 지원할 때, 평등과 언론의 자유 등 기본 인권을 훼손하고 있는 EU 회원국에 대한 (지원금 회수 등) 금융제재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시장·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정치 공동체”라며 “EU의 기본 가치를 지키려는 회원국들의 의지에 의구심이 든다면 경제회복기금의 타당성에 대한 의구심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법치주의’를 위반하는 EU 회원국에 대해 “법적·재정적 제재 조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경제회복기금 지원 조건으로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삼권분립, 민주주의 가치 훼손 등으로 EU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헝가리와 폴란드 등 일부 동유럽 포퓰리즘 정권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합의를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회담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표정을 지으며 회담장을 빠져나오고 있는 모습. [AP]

지난달 경제회복기금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기금 중 보조금 비중을 줄이고, 대출을 3600억유로로 늘리는 대신 ‘법치주의 준수’ 등을 기금 지원 기본 조건으로 담은 중재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헝가리와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동유럽 국가들은 민주주의 준수가 지원 조건이 될 경우 “기금 계획 전체를 거부하겠다”며 반발했다. 특히,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 같은 조건 제안에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결국 EU 회원국들은 추후 회의를 통해 법치주의 준수와 경제 개혁 등을 기금 지원 조건으로 포함시키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채 협상을 마무리했다.

본 장관의 발언은 향후 재개될 지원 조건 협상을 앞두고 프랑스 정부 및 서유럽 국가들의 기본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사진 우측 첫 번째)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사진 우측 세 번째)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제회복기금안을 두고 논의하는 모습. [EPA]

현재 프랑스는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과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는 EU 회원국에 대한 지원금 회수 방안을 경제회복기금 지원 조건에 넣기 위해 협력 중이다.

다만, 이날 본 장관은 “동유럽 국가들의 의견에 무조건 반대하거나 그들에게 (법치주의 준수가 필수라는) 교훈을 주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