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유튜브 종횡무진…‘인플루언서’ 오너들

장녀 함연지 씨가 운영하는 ‘햄연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함영준 오뚜기 회장 [햄연지 유튜브 채널]

‘이마트에서 쇼핑 중. 어디 이마트인지 안 알려 드림’

지난달 18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에는 이 같은 문구와 함께 직접 카트를 끌며 장을 보는 모습의 사진이 올라왔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 글에는 ‘이마트 월계점이 아니냐’를 비롯한 다양한 의견의 댓글이 수백개 달렸다. 정 부회장은 화답하듯 이틀 후 ‘I was at 이마트 강릉점’이라는 글을 남겼다. 업계 관계자는 “이젠 오너가 누리꾼들과 직접 소통해 기업과 브랜드를 알리는 인플루언서 시대”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기업을 이끄는 오너들이 ‘신비주의’를 깨고 전면에 나서고 있다. 강력한 소통 창구로 자리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중과 활발히 교류하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상·취미·맛집 등 그대로의 모습을 가감 없이 공개해 ‘친근한 기업인’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평을 받는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기로 유명하다. 가족과 요리하는 모습, 반려동물과 장난치는 동영상을 올리고, 실시간으로 찾은 맛집 정보를 공유한다. ‘입고 있는 청바지 정보를 달라’는 댓글에는 친절하게 답 댓글도 단다. 이마트와 스타필드를 ‘깜짝 방문’하거나 상품 개발 과정을 공유하는 등 ‘이마트 마케터’ 역할도 자처한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챙겨보는 구독자 수는 4일 기준 39만명이다. 스스로 인플루언서가 되어 ‘다가가기 어렵다’는 기존 오너의 이미지를 깨고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올해 5월 장녀 함연지 씨가 운영하는 ‘햄연지’ 유튜브 채널에 깜짝 출연했다. 함 회장은 ‘햄연지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철판 돼지 짬짜면과 크림수프 리소토 먹방을 했다. 딸과 와인을 마시며 선물을 주고받는 소탈한 모습에 누리꾼들은 ‘어딜 봐서 재벌인가? 품위 있고 자상하고 소탈해 보인다’, ‘기존 대기업 회장의 이미지를 깨는 귀엽고 인자한 회장님’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영상은 공개 2개월 만에 205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성열홍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장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오너가 허물없이 일상을 공유하며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할 때 깊은 신뢰를 심어줄 수 있다”며 “정보 홍수 시대 속에서 직접적인 광고를 믿지 않는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좋은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라고 말했다. 박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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