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단지들…“공공재건축, 결국 환수될 건데 뭣하러”

연합뉴스

[헤럴드경제]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의 핵심인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공공재건축)이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고 있다.

용적률을 준주거지역 최고 수준인 500%까지 보장하고, 층수도 50층까지 올릴 수 있게 된다는 발표에 솔깃했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검토 결과 실익이 별로 없다고 봤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검토 결과 공공재건축은 전혀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970년대 지어진 은마아파트는 최고 49층 재건축을 추진하다 2017년 서울시의 35층을 수용했지만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재건축 추진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 격인 '은마아파트·상가 소유자 협의회'(은소협), '은마반상회'등과의 갈등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재건축 제도가 발표되자 검토 대상에 올렸으나 늘어난 주택의 50∼70%를 임대주택 등으로 환수당하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3구역도 공공재건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건축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 안중근 부위원장은 "(우리 단지는) 일대일 재건축을 추진하는 상황이라 공공의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늘어난 물량의 50% 이상을 임대로 짓고, 인센티브(기대 수익)의 90%를 회수해간다는 마당인데, 참여하겠다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이번 정부의 공급 방안에서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가 빠져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정복문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민간 재건축 규제를 풀어주면 잠실주공5단지에 일반분양 물량이 최대 3천가구가량 나온다"며 "수익성이 전혀 나지 않는 공공재건축을 제시해놓고 민간 재건축 규제를 전혀 풀지 않는 것은 보여주기식 언론플레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형기 신반포1차(아크로리버파크) 조합장은 "50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는 공사 기간과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수익성이 전혀 나지 않는 공공재건축 사업에는 재건축 추진 단지의 20%가 아닌 2%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조합장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풀지 않으면 민간 재건축 사업은 한 발짝도 진행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공재건축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입장차를 나타낸 것도 공공재건축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키우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전날 서울시가 공공재건축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을 언급하며, 종상향 결정권을 가진 서울시가 공공재건축에 대한 최종 판단을 언제든 바꿀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복문 조합장은 "국토부와 서울시의 불협화음도 공공재건축 사업에 대한 불신 요소"라고 지적했다.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이미 시공사가 정해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참여하는 공공재건축은 고려할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LH, SH 등이 참여하는 경우에도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을 승계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면서 "조합은 민간 건설사를 선택해 조합원들이 원하는 민간 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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