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이러면 섭섭하지” 가수 비가 뜨는 현상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MBC ‘놀면 뭐하니?’에서 선보인 혼성댄스그룹 싹쓰리 신드롬이 엄청나다.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멤버들에 대한 주목도도 올라갔는데, 그중 정지훈(비)의 상승세는 단연 돋보인다. 단체곡 ‘다시 여기 바닷가’뿐만 아니라 비의 솔로곡 ‘신난다’(피처링 마마무)도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비가 뜨는 현상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는 2013년 7월 전역이후 오랜 기간 부진했다. 그가 발표한 노래들과 신중하게 선택한 작품들도 별 반응이 없었다. ‘아저씨스러움’이라는 이미지도 생겼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성적은 처참했다. ‘놀면 뭐하니?’ 출연전만 해도 유재석·이효리와 달리 잘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재석과 이효리를 만나 비룡처럼 ‘날아오르는 용’이 됐다. 세 사람의 멘트는 튄다. 이들의 티격태격 케미는 큰 재미를 주고 있다. 최대 수혜자는 비다.

이효리가 비에게 “꼴보기 싫어”라고 말하면, 유재석도 비를 한번 놀린 후 상황을 정리해준다. 이효리의 엄마는 “비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딸에게 당부했지만, 비는 이효리에게 구박을 받을수록 인기가 올라갔다.

비는 군복무 중 과도한 외출과 휴가 문제가 불거졌고, 제대후 발표한 ‘깡’의 과도한 콘셉트는 젊은 세대의 인터넷 놀이 문화인 밈(MEME) 현상으로 기획과는 다른 방향으로 인지도와 존재감이 올라가는 중이었다. 힘이 과도하게 들어간 비에 대한 조롱성 유희였다.

비는 누군가가 눌러줘야 할 때였다. 비가 KBS ‘더 유닛’에서 아이돌 참가자들에게 훈화교육을 실시하는 모습도 그리 보기 좋은 그림이 아니었다. Mnet ‘아이랜드’에서 프로듀서를 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이 “너나 잘해”라고 하면 방법이 없다. 그런데 그 역할을 미리 제도권 내(?)에서 이효리가 다해준다. 영민한 전략이다. 비를 눌러버리는 역할을 자임한 이효리는 비의 평생 은인이다. 

이효리는 비에게 “아이돌 멘탈 케어를 담당하냐. 너 멘탈이나 잡아라”라고 말한다. 틈만 나면 비에게 “꼴보기 싫어”라고 말해 비의 캐릭터 ‘섭서비’가 만들어졌다. 비도 이제 “이러면 섭섭하지”라며 응수한다. 예능은 상황속에서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예능에서 당하는 자가 인지도가 올라간다는 건 구봉서-배삼룡 시절부터 증명된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비는 싹쓰리에서 밀었던 ‘꾸러기’ 콘셉트보다 ‘섭서비’ 케릭터가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

비도 39세 임에도 복근이 유지되는 등 철저한 몸관리를 해온 점과, 자신을 놀리는 데도 시종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점, 누나(이효리)와 형(유재석)에게 당하는 콘셉트는 대중에게 큰 점수를 얻게 한 요인이다.

흥미로운 것은 비 팬들도 이런 사실을 다 알고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효리가 자신의 SNS에 비(비룡) 팬클럽 ‘월드 클라우드’로부터 받은 편지를 공개했다. 그 편지에는 “막내 ‘비룡’ 구박시 은근히 대리만족 느낍니다. 모죠 ㅎㅎ 효리 언니밖에 그렇게 해 줄 사람 없어요. 언니의 구박 속에 ‘꼴뵈기 싫어’ 속에 싹트는 비룡의 인기입니다. 힘든 시기에 월드 곳곳에 웃음 선사해주신 린다 언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써 이효리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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