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망’ 한달…수사당국 ‘빈손’

성추행 등 혐의로 피소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한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관련 수사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에 들어갔지만 이마저도 강제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진실 규명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의 ‘스모킹 건(직접적 증거)’로 지목되는 휴대전화 포렌식수사는 현재 중단된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경찰청 ‘박원순 사건 수사 태스크포스(TF)’는 “유족 측 변호사가 ‘포렌식 절차에 대한 준항고 및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했다”며 “경찰은 진행 중이던 포렌식 절차를 중지했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는 그의 사망 경위와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묵인 등의 의혹을 규명할 핵심 증거이기도 하다.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묵인 등의 의혹을 함께 수사 중인 경찰은 ‘거짓말 탐지기’와 ‘대질 수사’ 역시 검토하고 있다. 피해자와 서울시 관계자 간의 진술이 계속해서 엇갈린 탓이다. 지난 4일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방임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20명을 조사했는데, 피해자와 진술이 다른 부분도 많다”며 “수사 방법에 대해 필요성 여부를 판단해야겠지만, 거짓말 탐지기와 대질 신문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짓말 탐지기는 판례상 증거로서 능력이 인정된 경우가 적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박 전 시장의 고소인인 전 비서 A 씨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4년간 20여 명의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에게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 등을 알리고 전보요청을 했지만 승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에 출석한 서울시 관계자들은 박 전 시장의 고소인인 A씨가 부서 변경을 먼저 요청한 적이 없고, 오히려 비서실에서 먼저 인사이동을 권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박 전 시장 피소 사실 유출과 관련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7일 검찰 인사서 유임되면서 관련수사 역시 ‘셀프 수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권위에서도 박 전 시장의 의혹과 관련한 직권조사를 결정했지만 이마저도 강제 수사권이 없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인권위법에 따르면 인권위는 조사를 위해 필요 시 관계기관 등의 대표자나 피해자 등 이해관계인 등에게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 또 직접 서울시청 등 관계시설의 방문조사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 후 가능한 조치는 단순 권고에 그쳐 서울시 직원에 대한 직접적 징계로 이어질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인권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사 내용이나 범위는 진행을 해 봐야 알겠지만, 피해자 쪽에서 요청한 목록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살필 예정”이라며 “연내 조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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