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꼬’ 빠진 뉴딜펀드…결국 또 ‘꼼수’에 은행권 ‘갹출’로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정부와 여당이 뉴딜펀드에 원금보장을 하지 않기로 입장을 바꾸면서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절세혜택에도 불구하고 투자위험 때문에 고액자산가 등 개인자금 유치가 어려울 수 있어서다. 법을 바꿔 개인들의 퇴직자금을 ‘꼼수’로 동원하는 방안이 다시 유력해졌다. 아울러 이번에도 이전 정책펀드와 마찬가지로 은행권으로부터 갹출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

16조원에 달할 뉴딜펀드는 민간에서 재원을 조달하는 구조다. 당초 3% 수익률 보장과 절세혜택이 부각되면서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을 높였다. 하지만 수익보장은 현행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이 높고, 원금보장을 위해서는 국회 동의를 통한 정부 보증이 필요하다.

결국 뉴딜펀드 출시 계획으로 '원금보장'을 제시했던 더불어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TF(뉴딜 TF)’는 최근 ‘원금보장’이 아니라 ‘원금보장 추구’로 말을 바꿨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에 원금을 보장해준다는데 당연히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원금보장이 빠지면 사실상 다른 상품에 비해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정성과 절세혜택을 양 축으로 투자금을 유치하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자 정부여당은 퇴직연금 활용방안을 구체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선택권이 가입자에 있다. 이 때문에 가입자의 선택권을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금융권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도입하는 방법이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 설정 방식으로 상품이 자동 선택되는 제도다. 이를 위해서는 퇴직연금법(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임금후불적 성격으로 노후보장을 위한 수단인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 도입 등 수익성 측면을 강화할 경우 퇴직연금 운용의 불안정성·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퇴직연금을 정책펀드에 활용했던 전례가 없다”며 “운용 규제 등 기존 제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을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뉴딜펀드 재원 마련에 은행권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 올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한국판 뉴딜에 수 조원을 지원키로 방침을 세운 주요 금융그룹은 별도로 추가적인 자금을 뉴딜펀드에 투입해야 할 처지에 놓을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한국판 뉴딜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금융권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금융권 공동기금’을 설치해 뉴딜 사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관련 기업에 대출해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금융권 공동기금은 뉴딜 펀드를 위해 꼭 설치해야 한다는 것보다 이런 방법도 있다는 개념적인 내용을 소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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