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NO”라고 말할 수 있는 경찰?

이달 8일은 김창룡 경찰청장이 취임한 지 보름이 지난 날이었다. 공교롭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전직 비서 성추행 의혹 등 많은 ‘의문’을 뒤로 하고 스스로 세상을 등진 지 정확히 30일이 된 날이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날, 아니 이틀이 더 지난 10일까지 경찰이 밝혀낸 것은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가 아이폰이었다는 것 정도뿐이다.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의 경우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유족 측의 준항고와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고 치더라도, 이 스마트폰을 포함해 박 전 시장의 개인 명의로 개통됐던 휴대전화 3대에 대한 통신영장도 법원에서 지난달 중순 기각됐다. 서울시청사와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같은 달 하순 역시 기각됐다.

당시 법원이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하달했다는 의혹도 일었지만, 그것보다 법조계·경찰 안팎에서 크게 불거졌던 의혹은 경찰이 부실하게 영장을 신청, 사실상 기각을 유도했다는 의심이다. 이는 경찰을 바라보고 있는 세간의 ‘시선’과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것이 현실이다. 깊은 불신감 속에 과거처럼 경찰이 ‘정권의 시녀’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이 같은 의혹은 김 청장의 취임 과정에서 더욱 불거졌다. 참여정부 시절 그가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경력은 일단 논외로 하자. 지난달 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관련 경찰 수사에 대해 “피고소인이 사망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규정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조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괜찮다. 김 청장이 곧 직면할 문제는 최근 잇달아 발표된 ‘경찰 개혁 세부안’에 대한 경찰 안팎의 회의적 시각이다. 이 중 내부 불만이 더 큰 과제가 될 수 있다.

우선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경우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이 법무부 단독 주관이라는 점, 검찰청법 대통령령이 검사에게 직접 수사를 확대할 수 있는 해석·재량권을 줬다는 점 등을 경찰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이를 두고 경찰 일각에서는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제한하기 위한 개헌이 이뤄져야 진정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치경찰제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다. 지난달 30일 당정청이 ‘권력기관 개혁안’은 현행 제주에서 운용된, 별도의 자치경찰 조직이 신설되는 그간의 이원화 모델과 다른 일원화가 골자다. 그러나 같은 경찰관서에서 근무해도 각자 소속에 따라 지휘권자가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시도지사로 갈라지는 ‘한 지붕 세 가족’ 상황에서 업무 효율화에 대한 의문점이 경찰 내부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서는 “개정 법률안의 취지가 구현될 수 있도록 수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치경찰안에 대해서는 뾰족한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다. 김 청장이 정부·여당을 포함한 정치권에 문제되는 것은 과감히 “NO”라고 말해, 앞서 열거된 내부 불만과 의문을 잘 추슬러 조직을 안정화하고 ‘NO라고 말할 수 있는 경찰’을 만들 수 있을까. 향후 그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만만찮아 보인다.

신상윤 사회부 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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