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그린사회 앞당기는 가스터빈 복합화력 성장동력화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한 에너지 전환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에 부응하는 강한 정책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마무리 작업 중인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성공적으로 이행될 경우 2034년에 이르면 원전과 석탄발전 설비용량 합은 25% 내외로 감소하고 재생에너지 용량은 40%로 급상승하게 된다.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될 중요한 사실은 가스터빈 복합화력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LNG발전의 비중은 30%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복합화력 증대 계획은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합리적이다.

먼저, 대기조건에 따라서 발전량이 크게 변동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변동성을 보완해줄 발전원이 필요한데 가스터빈 복합화력이 이 목적에 가장 적합하다. 에너지저장장치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막대한 양의 전력을 급속히 전력망에 공급해야 할 상황에서는 급속기동과 유연운전이 가능한 가스터빈 복합화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가스터빈 복합화력은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크게 기여한다. 동일한 전력을 생산할 때 복합화력은 석탄화력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게는 75%까지 저감된다. 미국에서는 2005년에서 2018년 사이에 노후 석탄화력의 80%를 복합화력으로 대체해 미국 탄소배출 총량을 27% 감소시켰다고 보고된다. 우리의 전력수급계획도 이러한 사례를 고려해 설정한 합리적 선택으로 판단되며, 정부의 온실가스저감 로드맵 이행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더욱이 가스터빈은 천연가스만이 아니고 수소도 연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소사회를 대비한 장기적 안목에서도 전력시장에 큰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시장의 당위성과 정책적 뒷받침은 갖췄지만 주기기, 특히 가스터빈의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민간과 정부가 복합화력 시장의 확대를 내다보고 외국 제품들과 견줄 수 있는 300MW급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 개발을 수행해 개발품이 곧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 개발사업의 결과물이 눈앞으로 다가온 국내 발전시장 재편에서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가스터빈은 완제품 제작사 외에도 수많은 협력업체가 제작과 상품화에 참여해야 하는 후방효과가 매우 큰 제품이다. 따라서 고유모델 가스터빈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국내 기계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국산 고유 가스터빈모델 개발사업을 계기로 국내 산학연 역량을 집중해 머지않아 글로벌 톱 티어(Global Top Tier)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게 되기를 바란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의 에너지전망보고서가 2040년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을 현재 대비 30% 이상 성장한 50조원 규모로 예상하는 만큼 가스터빈이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필요한 준비를 착실히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가스터빈 복합화력 산업이 그린사회를 위한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뒷받침함과 동시에 내수와 글로벌 시장 모두에서 경쟁력이 높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김동섭 인하대 기계공학과 교수 한국유체기계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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