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vs 중·러…벨라루스 대선 결과·시위 두고 극명한 ‘온도차’

벨라루스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26년간 장기집권해온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또다시 압승, 이에 반발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수도 민스크 등 주요 도시에서 벌어졌다. 지난 9일(현지시간) 시위대의 앞을 가로막은 전경들의 모습. [EPA]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고 불리는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6연임이 확정된 대선 결과를 두고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세계와 러시아·중국 등 ‘권위주의’ 정권 간의 입장 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은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던 벨라루스 대선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벨라루스 정부가 평화적 집회에 참석할 모든 벨라루스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고 공권력의 사용을 삼가며, 부당하게 구금된 이들을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도 잇따라 비판에 나섰다. 스테판 세이버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민주주의 선거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지난 2016년 해제한 유럽연합(EU) 차원의 벨라루스 제재를 재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임스 두드리지 영국 외무부 아프리카 장관도 “폭력적으로 시위를 진압하는 벨라루스 당국의 시도는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벨라루스에서 치러진 대선에선 26년간 장기집권해온 루카셴코 대통령이 또다시 압승, 이에 반발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수도 민스크 등 주요 도시에서 벌어졌다.

경찰이 최루탄과 섬광탄을 쏘며 진압하는 과정에서 저항한 시위대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고, 경찰을 향해 던지려던 폭발물이 손에서 터지며 시위대 1명이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벨라루스 수사당국은 약 3000명의 시위대를 체포했으며, 이들이 8~1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서방 세계와 달리 중국과 러시아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재선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연임에 성공한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왼쪽부터)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 [AP]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따뜻한 축하의 말을 전한다”고 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루카셴코 재선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협력 관계를 과시했다.

이 같은 중·러의 움직임에 대해 CNN은 “최근 최고지도자의 종신 집권을 가능토록 헌법을 개정한 중·러 입장에선 외부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지지가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러시아는 벨라루스 대선 불복 시위가 ‘마이단(2014년 친러 정권이 붕괴된 우크라이나식 정권 교체)’으로 이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야권의 항의 시위를 외국 세력의 사주를 받은 정권 교체 시도라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유엔 러시아 제1부대표는 “벨라루스 시위에서 서방의 숨은 손을 봤다”며 편을 들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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