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재판서 현직 대법관 첫 증언…“문건 받았었다”

이동원 대법관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이동원 대법관이 현직 대법관 중 처음으로 ‘사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대법관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권남용 혐의 등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대법관은 법정에 출석하며 “법원이 증인 출석을 요구하면 누구든지 이에 응해야 한다. 대법관으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성실하게 증언하기 위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법관은 2016년 4월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 재판장으로 근무할 당시,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소속 전 국회의원 5명이 “국회의원 지위가 있음을 확인해 달라”고 국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사건의 1심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며 소송을 각하했지만, 항소심은 이와 달리 소송 자체는 성립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의원들의 청구는 기각한 것이다.

이 대법관은 2016년 3월 이민걸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만나 문건을 전달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이 전 기조실장을 이 대법관과 만나도록 해 이런 입장이 담긴 법원행정처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문제의 문건 전달 경위와 해당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두고, 이 대법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졌다. 이 대법관은 “이민걸과는 연수원 때부터 친한 사이로, 서울고법으로 발령받자 식사를 같이 하자고 연락을 받았다”며 “식사가 끝나고 나서 읽어보라며 (이민걸 당시 기조실장이) 문건을 줬다”고 진술했다. 해당 문건에 대해서는 “10페이지 내외의 짧은 보고서 형태 문건으로, 국회의원 지위에 대한 확인이 사법판단의 대상인지 여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면 국회의원의 지위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 (각 경우의) 장단점 등 내용이 담겼다”며 “1심 판결에 대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며 “판사는 일단 다른 사람이 사건에 대해 접근해오면 긴장하고 침묵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법관은 이 전 기조실장으로부터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말은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대법관은 “이민걸은 제가 형이라고 부르는 친구 같은 사이인데, 그렇게 이야기했으면 제가 화를 냈을 것”이라며 “지금도 악의 없이 선의로 (문건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법관은 자신의 판결이 이 전 기조실장이 준 문건 등으로부터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도 증언했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이 “재판거래가 아니라는 소신이 지금도 동일하냐”고 묻자 이 대법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가 소회를 묻자 이 대법관은 “대법관으로서 증인석에 앉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겠지만, 형사재판을 해본 사람 입장에서 누구든지 증거로 제출된 서면의 공방이 있으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증인석에 서서 ‘이 사건의 무게 가운데에서 재판부가 많이 고생하시겠구나’ 생각했다”며 “잘 마무리해서 좋은 재판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ang@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