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샘 오취리 논란 진행 양상에서 우려되는 점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샘 오취리 사건이 진행되는 양상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양비론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텍스트와 맥락을 두고 벌어지는 소비와 해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그 생각에 대한 토론 모습은 한 사회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잣대다. 결론부터 말하면 많은 한국인과 의견과 생각이 달랐던 샘 오취리를 공론장에서 내쫓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의정부고 학생들이 얼굴을 검게 칠한 흑인 분장을 하고 관을 들고 가며 춤을 추는 아프리카 가나의 독특한 장례 문화를 패러디한 졸업사진 ‘관짝소년단’은 흑인 비하의 의도가 전혀 없었다. 일종의 놀이 문화 ‘밈(meme)’ 현상이다.

하지만 오취리는 이를 흑인 비하 내지는 인종차별로 해석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한국에선 다른 문화를 조롱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무지는 계속돼선 안 된다”고 했다.

오취리는 ‘관짝소년단’이라는 문화표현 방식에 대해 얼마든지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이 조금은 과격하기는 했다. 그 이후 자신에 대한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오자 지난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경솔했다. 앞으로 더 배운 샘 오취리가 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후 나온 샘 오취리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었다. 기사보다 댓글은 더 심각했다. 건전한 비판과 의견 개진의 글들도 있지만 “너희 나라로 꺼져” “배은망덕” 등 온라인 폭력에 가까운 댓글도 보인다.

물론 오취리가 케이팝의 부정적인 면을 의미하는 ‘teakpop’에 해시태그를 달고, 의견 개진은 영어와 한국어로 하고, 사과는 한국어로만 하는 모습은 지적받아야 할 사항이다. 또한 샘 오취리가 과거 방송에서 했던 '눈 찢기' 표정은 동양인 비하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들도 충분히 온당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오취리에게 “당신 외에도 많은 흑인 또는 가나 사람들도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들을 던져야 한다. 과거 시커먼스때의 기억이 어떤 피해의식으로 남아있는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블랙페이스와 인종차별에 대한 토론을 시켜야 한다.

오취리가 사과했다고 해서 일이 마무리된 게 아니다. 그를 공론장에서 쫓아내버린 결과를 초래했다. 죄인도 아닌 그는 별다른 일이 없으면 ‘잠수’를 타버릴 것이다. 그는 공식(앞)과 비공식(뒤)에서 하는 말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모습은 외국인 이주민이 점점 늘어나는 나라에서 살면서, 문화적 상대성과 문화 다원주의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피해야 될 상황이다.

과거 KBS ‘미녀들의 수다’의 회식 자리에 몇차례 참가한 적이 있는데, 미녀들이 방송에서 하는 말과 회식에서 하는 말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됐다. 몇몇 ‘미녀’는 나에게 ‘악플’이 달리는 게 두려워 말을 제대로 못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니 방송에서는 한국인의 편견을 지적하는 ‘미녀’보다는 웃는 얼굴로 부드럽게 말하는 영국인 에바나 아예 4차원으로 가버린 일본인 사유리의 인기가 더 높았는지도 모른다.

샘 오취리는 한국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가나인, 아니 아프리카인일 것이다. 자신의 고장으로 돌아가면 한국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전해줄 사람이다. 그는 우리가 열린 자세로 문화의 상대성과 다양성을 받아들이기 매우 좋은 상대다.

친구 사이에도 서로 상대를 인정해야 편하게 지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문화라는 것도 서로 차이를 인정할 때라야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우리에게 타자인 외국인들의 문화를 인정하면서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다면 우리도 한결 여유가 생긴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샘 오취리를 다시 공론장에 불러내 편안하게 대화를 할 수 있게 하는 일일 것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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