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빨간불’…국세감면율은 사상 최고

재정상태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가운데서도 올해 국세감면액이 급증해 총 국세수입에 대비한 감면율이 20%에 육박,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코로나 사태로 국세 수입이 줄어드는 반면, 경제활력과 서민·중소기업 등에 대한 세제지원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위기 상황에서 세제지원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재정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다 체계적·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명무실한 예비타탕성 및 의무심층 평가의 내실화와 적극적 관리대상 사업에 대한 보다 엄격한 일몰규정 적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11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국세수입이 감소하는 가운데 저소득층 지원 및 경기 대응을 위한 국세감면이 확대되면서 국세감면율이 2년 연속 한도를 초과할 전망이다.

당초 기재부가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전망한 올해 국세감면액은 51조9000억원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세제지원을 확대하면서 감면액이 5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차 추경을 바탕으로 감면액을 추정한 결과 52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예산정책처가 예상한 감면액을 올해 정부가 3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제시한 국세수입 예상치(279조7000억원)와 비교하면 감면율은 18.9%에 달한다. 3차 추경에 따른 세제지원 확대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세수 감소세 등을 고려하면 올해 감면율이 20%에 육박하거나 초과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감면율은 이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의 15.9%를 훌쩍 뛰어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급격한 국세감면 확대를 방지함으로써 재정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이 규정한 감면 한도를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초과하는 것이다.

국가재정법 상 국세 감면한도는 직전 3개년 평균 감면율에 0.5%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감면 한도는 총세수의 13.6%였으나 실제 감면율이 14.6%에 달해 한도를 1.0%포인트 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올해는 한도(14.0%)를 4%포인트 이상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지난해와 올해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하면서 경기 대응과 일자리·저소득층 지원 등 세제 지원 확대 필요성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에 대응한 연구개발(R&D) 등 지원 확대 필요성이 많았고,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응 필요성이 발생했다.

정부의 세제지원도 주로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의 경우 본예산 편성 기준으로 개인 세제지원액 중 중·저소득자 지원 비중이 68.2%, 기업 지원액 중 중소기업 비중이 72.3%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재정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고, 중기적인 세수 확충도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이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조세지출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으나, 실질적으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는 못한 상태다. 국세 감면 요인에 대한 사전적 평가인 예비타당성 평가와 사후적 심층평가를 강화하고, 일몰제도의 실효적인 적용 등을 통해 꼭 필요한 부문만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내실있는 운영이 시급한 셈이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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