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세수입 23조원 감소…쓸 곳은 많은데 사상 최악 ‘세수 절벽’ 현실화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코로나 사태로 인한 쇼크로 올 상반기 국세수입 규모가 1년 전보다 23조원 줄어들면서 사상 최악의 ‘세수 절벽’이 현실화했다. 특히 수출과 내수의 동반 악화로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지난해 이후 급격히 나빠지면서 법인세 세수가 32% 격감해 세수 감소를 주도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에 대응한 세제지원 확대와 3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이 지속되면서 올 상반기 재정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훌쩍 넘었다. 게다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호우 피해에 대응한 4차 추경 편성론까지 제기되고 있어 재정위기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8월호)’을 보면 올 1~6월 국세수입은 13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56조2000억원)에 비해 23조3000억원 감소했다. 사상 최대 감소폭이다. 코로나19로 내수·수출 등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특히 기업실적이 악화된 때문이다.

세수가 가장 두드러지게 위축된 분야는 법인세였다. 올 상반기 법인세 세수는 2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2조8000억원)에 비해 무려 31.5%(13조5000억원)나 격감했다. 지난해 내수와 수출 등 전반적인 경기 부진과 올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지속적인 실적 악화가 반영된 결과다.

근로·양도·종합 소득세를 포함한 소득세도 지난해 상반기 44조5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40조9000억원으로 3조7000억원 감소했고, 부가가치세도 같은 기간 34조5000억원에서 31조원으로 3조5000억원 줄었다. 이외에 교통세(-7000억원), 관세(-6000억원) 등 주요 세목의 세수가 줄었다.

정부가 1년간 걷으려는 세금 목표액에서 실제 걷은 금액의 비율인 세수 진도율은 올 6월말 현재 45.7%로 지난해(53.2%)보다 7.5%포인트 낮아졌다. 상반기 중 목표의 절반도 안걷힌 셈이다.

기재부는 코로나19 세정 지원에 따른 납기 연장(-11조3000억원), 2019년 하반기 근로장려금 신청분 지급(-6000억원) 등을 감안하면 실제 1~6월 누계 세수는 전년보다 11조4천억원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을 감안해도 올해 세수 감소가 가속화는 ‘세수 절벽’에는 변함이 없는 상태다.

세수 감소 속에서도 지출은 급증했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포함한 1~3차 추경과 고용보험기금 지출 등이 크게 늘면서 6월까지 총지출은 316조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1조4000억원 증가했다. 주요 관리대상 예산 사업의 경우 66.5%인 203조3000억원을 집행했다.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어나면서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상반기 통합재정수지는 90조원 적자로, 적자폭이 작년 상반기(-38조5000억원)의 2.3배에 달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10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 작년 상반기(-59조5000억원)보다 51조원 확대됐다. 모두 사상 최대다.

이처럼 세수 절벽 속에 재정 불안이 심화하고 있음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최근의 집중 호우에 따른 피해 지원과 수해 복구를 위한 4차 추경 편성론이 제기되고 있어 재정위기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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