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재산 앗아간 산사태 “태양광 탓” 논쟁 가열

장마와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산사태의 원인으로 ‘태양광’이 지목되면서 전문가들과 관계 부처 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사태의 주요 원인에 대해 ‘태양광 시설 설치 과정에서 일어난 벌채’를 꼽았다. 그러나 산림청은 “수치상으로도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없다”며 반박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산림청 등에 따르면 11일 오전 10시 기준 올해 전국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총 1173건으로 집계됐다. 이달부터 발생한 산사태는 지난 10일 기준 총 835건으로, 이는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산사태 964건에 육박하는 수치다. 지난 6월 24일부터 시작된 장마 기간(중부지방 기준) 동안 폭우로 숨진 38명 중 16명이 산사태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청은 지난 8일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에 산사태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발령한 데 이어 9일 전국 81개 시군구에 산사태경보·주의보를 발령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산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산지 태양광 시설 설치’를 꼽았다. 긴 시간 장마로 인해 땅이 흡수할 수 있는 물의 양을 초과(포화)한 데다, 태양광 설비 설치 과정에서 일어난 벌채와 미흡한 배수 시설이 영향을 주었다는 설명이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번 산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태양광 발전을 위해 산에 있는 나무를 제거하고 배수 장치가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것”이라며 “기존 산들은 수많은 세월 동안 나무가 심어져 있어 이보다 더 많은 비가 와도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무는 비가 오면 물을 머금고 있다가 비가 그치면 서서히 내보내는 성질이 있는데, 태양광은 햇빛을 받아야 하므로 나무가 있으면 안 돼 이를 다 뽑았다. 때문에 이번 장마 때 흙이 물을 제대로 머금지 못하는 포화 상태가 일어나 붕괴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배수 장치라도 철저히 했어야 했는데 이조차 미흡해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도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할 때 땅을 파기도 하고 흙을 쌓기도(성토·盛土)한다”며 “(전지판을)세우기 위해선 패널을 지탱하는 기둥을 깊이, 최소 2m 이상 안전한 곳에 묻어야 한다. 그냥 성토한 곳에 기둥을 세우면 무너지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태양광 설비가 산 높은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산자락에 많이 있어 붕괴되는 순간 피할 새도 없이 (토사가)들이닥친다”며 “전지판을 설치하면서 이게 규정대로 제대로 설치된 건지,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가 산사태의 중요한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는만큼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산림청은 태양광 설비가 설치된 곳이 일반 산지에 비해 산사태에 취약한 면이 있지만,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의 주요 원인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 시설이 전체적으로 전국에 1만2000여 개 정도 있는데, 현재 산사태가 발생한 태양광 설비 설치 지역은 어제 기준으로 12곳”이라며 “(태양광 설비 설치 지역의 산사태가)전체 건수의 30~40%나 50%라고 한다면 산사태 발생 대폭 증가에 대한 주요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전체에서 1%, 0.01% 수준 밖에 되지 않아 산사태의 주요 원인으로는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산림청 관계자는 “산사태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 단계인 만큼, 국민 여러분께 최대한 경각심을 전하기 위해 대국민 재난안전문자도 송부하고 있고, 자막 방송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위험을 알리고 있다”며 “산사태 취약 지역이나 산림 내 숲가꾸기 사업장 같은 경우 집중 호우 사전 점검 등을 통해 산사태 피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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