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아닌 범죄”…경찰, 장마 수사 늘었다

사상 최장의 장마로 인명·재산피해가 늘어나는 가운데 천재가 아닌 인재인 것으로 보이는 사고들이 속출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경찰 내부 규정에 따라 지난해 장마 때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던 재해 관련 수사 보고는 올해 장마 기간 동안 현재 3건이나 보고됐다. 모두 관계자들의 과실 정황이 드러난 사건들이다. 일선 경찰관서는 범죄수사규칙에 따라 경찰청 본청에 사건을 보고했다. 경찰은 이를 재해가 아닌 범죄라고 본 것이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방경찰청에서 발생한 재해 사고 중 총 3건이 수사 진행 중인 사건으로 경찰청에 보고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장마 기간 동안에는 호우로 인한 피해 중 과실 의혹이 있어 경찰이 수사에 돌입한 사건들은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며 “올해에는 언론 보도 등으로 과실 의혹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거나 내사한 사건이 경찰청에 보고됐다”고 말했다.

각 지방경찰청은 인명피해 등이 발생하고 범죄 의혹이 불거진 재난의 경우 범죄수사규칙에 따라 경찰청에 보고한다. 현재까지 경찰청에 보고된 사건은 전남지방경찰청이 수사를 진행중인 곡성 산사태, 강원지방경찰청이 수사중인 춘천 의암댐 참사, 부산지방경찰청이 수사 중인 부산 지하차도 참사 등 3건이다.

장마가 50일가량 이어지면서 인명·재산피해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이달 들어 1일부터 이날까지 31명이 사망했고 11명이 실종했다. 지난달 발생해 3명의 희생자를 낸 부산지하차도 참사와 떠내려가던 인공 수초섬 고정 작업을 하다 4명이 숨진 춘천 의암댐 참사까지 포함하면 희생자는 더 늘어난다.

이번 장마 기간 동안 발생한 대표적 인재는 의암댐 참사다. 떠내려가는 인공 수초섬을 고정하기 위해 댐 방류 중 공무원이 투입됐고 4명이 강물에 휩쓸려 숨지고 2명은 닷새째 실종 상태다. 인공 수초섬 고정 작업과 관련해 춘천시의 지시 여부를 두고 진실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실종자 가족들이 제출한 피해자 휴대폰과 차량 블랙박스를 분석했다. 춘천시와 관련 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산사태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5명의 희생자가 난 전남 곡성 산사태는 경찰청 지휘 아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남 곡성경찰서는 수사본부를 꾸려 곡성군 오산면 성덕마을에서 일어난 산사태의 이유를 파악 중이다. 경찰은 특히 15번 국도 확장 공사와 산사태 연관 여부를 파악하겟다는 방침이다.

일부 마을 주민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뤄진 확장 공사를 산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중간에 옹벽을 쌓고 발파 작업을 하면서 마을 뒷산이 산사태에 취약해졌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부산 지하철 침수 참사도 주요 수사 사건이다. 희생자 유족 등은 부산시가 업무지침을 따르지 않았다며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등을 고소했다. 경찰은 변 권한대행 등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박병국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