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박동’ 멈춘 국채·유가…“뛰면 다 죽는다”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바로미터인 국채 10년물이 ‘심장박동’을 잃었다. 수익률이미 바닥이다. 국제유가도 40달러대(WTI 배럴당 기준) 초반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금리와 물가가 높아지면 늘어난 부채로 인한 이자폭탄이 터질 수 있어서다.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산유국들의 감산축소가 대형 프레스로 작동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채 10년물은 0.574%에 마감됐다. 최근 2거래일 연속 상승했다지만, 시야를 넓히면 수익률이 역사상 최저수준이다. 지난 3월 초까지 1.0% 수준을 유지했던 국채 수익률은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1.0%대가 깨지더니 5개월 만에 반토막 났다.

▶인플레 조짐에도 금리는 바닥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10년물 국채 손익분기인플레이션비율(BEI)은 지난 7일 1.619%로, 3월 중순과 견줘 100bp(1bp=0.01%p) 이상 올랐다. 최근 수개월 사이 막대한 유동성이 시장에 풀린 영향이다. 통상 BEI가 오르면, 국채 금리도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그 연결고리가 사라졌다.

국채 금리와 국채 BEI 사이의 갭(gap)이 벌어지는 건 실질금리가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이를 보여주는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10년)는 이미 -1.0% 수준 밑으로 내려갔다. 이는 10년물 국채의 금리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친다는 셈이다.

투자자문사인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국채가) 명백히 심장박동을 잃었다”고 했다.

▶경제 아직 어려워…초저금리 절실 = 국채시장에 얽힌 최근의 지표들은 미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드러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 국채를 두고 “(코로나19로 촉발된) 디플레이션 충격이 생각보다 강하고 오래갈 것 같다는 우려가 시장에 짙게 깔려 있다”고 적었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코로나19 국면에 대한 공포감이 존재하고 동시에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하반기에 경기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주식시장은 랠리지만 채권형 시장 참가자들은 그걸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람들의 마음 속엔 디플레이션과 잠재성장률이 0%가 되는 세계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기준금리를 0% 수준까지 낮추고 수익률 묶어두기 정책을 펼친 것도 영향을 줬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지금까지는 경기침체를 막기위해 자산을 매입했지만 향후에는 명목금리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자산매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다가 연준은 최근 과거 경기 침체 후 회복 국면에서 늘 꺼내들었던 ‘선제적 대응’(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지 않을 뜻을 밝혔다. 미국의 초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지는 것이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7월13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아이와 함께 마스크를 착용한 채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을 찾아 기린을 구경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이날 모든 술집과 영화관, 동물원, 박물관 등에 영업을 중단하도록 했다. [연합]

▶오르기만 해봐라…산유국들 ‘호시탐탐’=국제 유가는 생산량, 투자수요 등이 뒤섞이면서 가격이 널뛰기를 하던 과거 양상이 최근 2~3개월 사이엔 실종됐다. 올해 석유 개발 투자 규모가 작년보다 30%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금에 투자자금이 몰려드는 것과 대조적이다.

3월 유가 급락 이후 산유국들의 감산이 이어지며 가격이 정상화됐지만, 유가가 더 오를 경우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재계 등 공급확대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홍 대표는 “금은 달러의 반대편에 서 있는 자산이어서 대체 투자처 역할을 하지만 실물 수요가 가장 큰 원유는 가치 보유 수단으로 투자는 일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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