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LG화학, 韓美 배터리 특허분쟁 승자는?

[헤럴드경제 천예선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결정이 올해 10월로 예고된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관련 ‘訴(소) 취하 및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국내 법원의 1심 선고가 오는 13일 나온다. 양사의 ‘특허 분쟁’ 과 관련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허를 둘러싼 양사의 분쟁은 현재 국내와 미국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미 ITC 특허침해소송은 과거 ‘부제소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며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며, 미국에서는 양사가 서로 배터리 소재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맞고소한 상태다.

앞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는 ITC가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결정을 내리면서 LG화학이 첫 승기를 잡았지만 특허 분쟁에서는 어느 쪽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소송, 2014년 부제소 합의 위반 최대쟁점=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63부는 13일 오후 2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판결을 내린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LG화학이 2014년 SK이노베이션과 체결한 ‘부제소 합의’를 위반했는지 여부다.양사는 지난 2014년 ‘분리막 한국특허 등록 제 775310(이하 KR 310)’ 등을 상대로 10년간 국·내외 쟁송하지 않겠다’고 합의했었다.

그러나 LG화학이 작년 9월 미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특허침해로 제소하자 SK이노베이션은 한 달 후 “LG화학이 2014년 양사간 합의를 파기했다”며 LG화학에 미 ITC 등에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고 손해배상 10억원 등을 청구하는 추가소송을 국내 법원에 제출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과거 분쟁 대상이던 국내 특허와 동일한 미국 특허와 그 후속 특허들을 갖고 ITC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소송이) 유효하지 않다”며 “특히 그중 1건(미국특허 7662517)은 2011년 SK이노베이션에 패소한 국내 특허(KR 310)와 완벽히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합의한 특허는 ‘KR 310’에 한정한 것으로, 미 ITC에 제소한 ‘미국특허 7662517’와는 무관하다고 맞서고 있다.

LG화학은 “두 특허는 특허등록 국가가 다르고 권리범위에 차이가 있는 별개의 특허”라며 “‘특허독립(속지주의)’의 원칙상 각국의 특허는 서로 독립적으로 권리가 취득되고 유지되며 각국의 특허 권리 범위도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같은 특허라고 주장하는 것은 특허 제도의 취지나 법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특허로도 해외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만 쟁송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을 뿐이라는 의미다.

업계에서도 국내 판결이 미국 ITC 소송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ITC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특허분쟁이 자국 산업에 어떤 피해를 줬는지를 가릴 것”이라며 “국내 법원 판결이 미국 소송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LG화학이 이번 손해배상소송에서 패한다하더라도 미국 소송을 취하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양사는 1심 판결 항소 여부에 대해 “판결이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美 ITC ‘특허침해 소송’ 판결도 줄대기=양사의 특허관련 소송은 미국에서도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별개로 작년 9월 ‘특허 침해’로 맞고소했다.

미 ITC에 따르면, 양사의 특허 침해 소송 판결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은 당초 오는 9월 9일 예비결정을, 내년 1월11일 최종결정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다. 추후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역으로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건 특허침해 소송은 예비결정이 내년 3월19일, 최종결정은 내년 7월19일로 예정돼 있다.

한편 LG화학이 작년 4월 미 ITC와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침해 소송’은 오는 10월 5일 최종결정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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