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 “절박했던 순간 만난 모차르트…뮤지컬은 내 인생의 빛 한줄기”

올해로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김준수가 “뮤지컬은 내게 남은 마지막 칼 한 자루였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준수(33)의 10년은 한결같았다. 그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배우 박강현) 무대에 선다. 절벽 위에 선 절박함은 무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음악 밖에 없는 모차르트의 심경이 자신의 절박한 상황과 맞물려 최고의 모차르트로 보여줬다”(지혜원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평가가 나온다. 한사코 고사했던 첫 작품은 ‘마지막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20대 초반, 그에게 남은 “마지막 칼 한 자루”가 바로 뮤지컬이었다.

동방신기로 아시아를 사로잡은 K팝스타였다. 2009년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 분쟁으로 이렇다 할 활동을 할 수 없던 시기, 뮤지컬을 만났다. JYJ로 활동하기도 전이었다. 업계에 첫 발을 디딘 이후 10년. 그 사이 3000석 대극장 전회(15회)를 단숨에 매진시키는 티켓파워를 가지게 된 지금까지 그는 무대 이외의 곳에선 만나기 힘든 스타였다. 긴 시간 단 한 번도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던 김준수를 최근 서울 종로 수송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10년을 돌아보는 그는 솔직하고, 담담했다.

“큰 변화를 겪고 1년의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던 때였어요. (소속사와 분쟁으로) TV만 틀면 저희 이야기가 도배가 됐던 시절이었어요. 저도 모르게 좋은 이야기든, 나쁜 이야기든 쏟아졌어요. 두려움에 숨어만 지냈던 때였어요.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다시 무대에 설 수 없겠지, 그런 생각으로 지내던 때였어요.”

‘운명 같은 만남’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뮤지컬 업계의 후발주자 격인 ‘모차르트!’의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K팝스타 김준수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정중히 거절할 수 밖에 없었어요. 상황이 아물지 않아 힘들었던 시기였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어요. 제 이야기를 수군거리는 것 같았어요. 5~6년간 가수로 활동했지만, 내가 과연 음악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 의문도 들었어요.”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였다. 아이돌 출신이 뮤지컬 시장에 넘어오면 색안경부터 끼던 시절이었다. “가수가 나오면 욕 먹고 깨지던 때였어요. 살아남은 건 옥주현 선배뿐이었죠.” 언젠가 도전하고 싶은 막연한 꿈 앞에서 그는 오래도록 머뭇거렸다.

‘모차르트!’ 출연 제의를 받고 한참이 지나 “너무 할 게 없어” 대본을 읽었다고 한다. “전 천재도 아니고, 우린 다른 시대에 사는데 마치 저의 상황을 보는 것 같았어요. 응어리진 저의 절박함이 ‘모차르트!’라는 작품에 이입해 울컥하게 됐어요. 왜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고, 가십거리로만 볼까. 왜 나를 나 자신으로 바라봐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휘몰아쳤어요. 욕을 먹고 실패하더라도 용기를 내 해보고 싶었어요.”

‘모차르트!’로 출발해 ‘엘리자벳’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토드’를 통해 연령대를 넘나드는 폭넓은 연기를 보여줬고, ‘드라큘라’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김준수의 등장과 성장은 국내 뮤지컬 시장의 역사를 다시 썼다.

그의 등장 이후 스타 시스템이 정착했고, 그의 성장과 함께 뮤지컬 한류 열풍이 불었다. 이제 후배 아이돌은 김준수를 보며 ‘뮤지컬 스타’의 꿈을 꾼다. 그는 “아이돌이 뮤지컬 배우로 환영받는 걸 보면 뿌듯하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데뷔 17년차. 풍파 많은 삶은 “인생의 빛 한 줄기였다”는 뮤지컬을 만나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연예인으로 보여지고 있지만 형편이 나아지지 않을 때도 있었고, 구설에 올라 억울할 때도 많았어요.

하지만 누구나 원하는 것만 할 수 없다는 걸 알아요. 제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이고, 사치라고 생각해요. 다시 태어나도 연예인을 하겠냐고 하면, 하고 싶진 않아요. 평범한 삶을 살아보고 싶기도 해요. 하지만 후회하진 않아요. 무대에서 배우로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싶어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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