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림의 현장에서] 6G, ‘세계 최초’가 전부는 아니다

“통신의 시간은 늘 10년 빠르게 움직여왔다. 최첨단 6G 통신기술 준비 작업 역시 각국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회 선점과 리더십 확보가 관건이다.” (최성현 삼성전자 차세대통신연구센터장)

5G(세대) 통신 상용화 2년차.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6G 네트워크가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6G 백서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을 공개한 데 이어 LG전자도 12일 KAIST·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6G 이동통신 관련 협약식을 진행했다. 6G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 궤도에 오른 셈이다.

6G 통신은 테라(tera) bps급 초고속 전송속도와 마이크로 sec급 초저지연 기반의 미래 핵심 통신 기술이다. 6G통신이 도입되면 혼합현실(XR)을 지원하는 경량 글래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하고, 수백만대의 차량이 완전자율주행으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홀로그램’ 같은 몰입형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초저지연 기술을 필요로 하는 실시간 원격 진료 등의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6G 상용화 시점은 약 2030년. 이미 글로벌 선진국들은 6G 기술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나섰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국가 차원에서 6G 전략을 진두지휘 중이다. 5640억원을 투입해 네트워크 고도화, 고효율 전송기술, 위성통신 등 3개 분야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시작은 한발 늦었지만, 상용화 목표 시점은 가장 빠르다. 2028년을 목표로 지난해 7월 6G 추진 전략을 구체화했다. 내년부터 5년간 2000억원을 투입해 2026년 6G 시범사업도 선보일 계획이다.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대목이다. 중국이 2010년부터 5G 상용화에 60조원을 쏟아부은 반면, 2012년부터 5G 개발을 시작한 한국은 불과 7년여 만인 지난해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긴 했지만 이에 따른 진통을 현재까지도 겪고 있다.

5G 킬러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한 이통3사는 그 빈 자리를 공시지원금으로 메우다 적잖은 출혈을 입었다.

서비스 품질에 대한 가입자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첫 5G 품질평가에서 롱텀에볼루션(LTE) 대비 다운로드 속도는 고작 4배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LTE보다 20배 빠르다던 이통3사 광고는 공수표가 됐다.

상용화 1년 반이 지났는데도 5G 가입자 수는 6월 기준 겨우 70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와 통신업계 올해 상반기 목표가 1000만명이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의 상징성과 무게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통신강국을 이끈 원동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정작 원하는 것은 가장 ‘먼저’ 6G를 쓰는 것이 아니다. ‘5G도 안 터지는데 6G가 웬말이냐’ 등의 부정적 댓글에도 정부와 업계를 향한 냉소가 깔려 있다. ‘세계 최초’ 타이틀만이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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