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어 러까지”…과거사 두고 주변국과 ‘외교마찰’ 커지는 日

소녀상을지키는부산시민행동이 지난 11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인근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영사 발언을 규탄하고 있다. 동구 등에 따르면 일본 총영사는 동구청장을 찾아와 "시민단체 점용 허가 요청을 수용한 것은 유감스럽다. 위안부상의 합법화와 고정화를 초래하는 행위"라며 "한일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만큼 허가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오는 15일로 예정된 제75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주변국과 충돌하고 있다. 한국에는 국내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두고 재차 철거를 요구하는 한편, 일본 내 극우 세력의 비방이 강해지며 러시아와의 긴장도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12일 한 일본 측 외교 소식통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부산 주재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과 관련해 해당 지자체뿐만 아니라 외교 채널을 통해서도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대사관에 이어 총영사관 앞에까지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라며 “총영사 귀국 등의 대응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한국 외교당국에도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측은 이달 초 부산동구청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 설치를 위한 도로점용 허가신청서를 승인한 데 대해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 협약’ 위반이라는 반응이다. 비엔나 협약 22조에 따르면 접수국은 어떠한 침입이나 손해에 대해서도 공관 지역을 보호하며,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

공관 앞에 상대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조형물 설치가 비엔나 협약 위반이 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외교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문제에 대해 “한국에 있는 외교공관 인근 조형물 설치에는 국내법과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 예항 그리고 관행을 고려해야 된다”는 기본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본의 패배로 끝난 태평양 전쟁 종전 기념일이 있는 8월마다 일본은 주변국과 과거사 문제로 얼굴을 붉혔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최근 주일러시아대사관은 SNS에 “1945년 8월 9일은 소련군이 관동군을 괴멸시킨 만주 작전 기념일”이란 내용의 게시물을 연재했다.

“일본 관동군 8만4000명이 전사하고 64만 명이 포로가 됐다”며 찢어진 일장기 그림을 올린 데 대해 일본 정부는 “외교적 결례”라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러시아 측은 ‘일본 극우세력이 SNS 등에 러시아를 비난하는 메시지를 반복 전송하고 지난 9일 ‘반(反)러시아 기념일’에 맞춰 가두 행진까지 벌였다’며 오히려 일본 정부에 반발했다”며 “태평양 전쟁 종전 기념일이 있는 8월마다 비슷한 마찰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 역시 최근 일본 내 극우단체의 시위 등이 반복되며 현지에 체류 중인 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에도 일본 내 극우단체의 시위가 예고돼 인근 체류 교민에게 신변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전달했다”며 “코로나19 확산 상황까지 겹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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