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보언니 챌린지] 고영열에게 ‘진도 아리랑’을 배웠다

소리꾼 고영열에게 헤럴드경제 두 기자가 '진도아리랑'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에헤에.”

매일 두 시간씩, 일주일에 쉬는 날은 단 하루뿐. 소리꾼 고영열의 일상은 한결같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로 불렸다. 열세 살에 시작한 판소리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서다. 수영선수가 목표였던 소년이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판소리를 시작하자 ‘시너지’도 커졌다. 하지만 스스로는 ‘노력파’라고 말한다. “연습만이 살 길이고, 연습을 많이 한 무대는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연습은 커녕, 인생에서 단 한 번도 판소리를 만난 적이 없던 평범한 직장인을 위해 고영열이 두 팔을 걷었다.

‘음치’는 아니지만 ‘노래’를 즐기지 않고, 노래방을 가본 지도 최소 4년은 된 기자와 사내에서 ‘노래 좀 한다’는 수준을 넘어 취미 생활로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두헌 헤럴드경제 기자가 ‘고영열의 소리 교실’ 수강생.

강사의 존재감이 수강생에겐 다소 부담일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고영열로 말하자면, 진작부터 ‘국악계의 아이돌’, ‘판소리계의 스타’로 불렸다. 최근 종영한 ‘팬텀싱어3’(JTBC)에선 프로듀서 손혜수로부터 “나도 소리꾼이었으면 좋겠다”는 극찬까지 받은 대체 불가의 아이콘이다.

고영열에게 ‘소리 교실’를 의뢰한 뒤 돌아온 첫 대답은 “괜찮으시겠어요?”. 이 한 마디로 국악의 장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실감했다. 판소리는 ‘1’도 모르는 두 기자와의 만남에 고영열도 다소 고심했던 눈치였다. 이날의 선곡은 판소리 대신 ‘진도 아리랑’. 고영열 강사는 “판소리로 가면 처음부터 너무 어려울 것 같고, 민요 중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익숙한 멜로디의 곡으로 골라봤다”며 수강생을 향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고영열. 박해묵 기자/mook@

사실 고영열은 본인의 음악 활동으로도 일주일이 부족하지만,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꾸준한 레슨으로 제자들과 만나고 있던 터라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어색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고영열의 수업은 ‘일타강사’를 뛰어넘는 포인트 레슨을 자랑했다.

본격적인 수업은 고영열 강사의 노래로 시작했다. 헤럴드경제 1층에 위치한 스튜디오는 그 어떤 음향 장치도 없다. 첫 소절을 떼자 스튜디오는 거대한 녹음실이 됐다. 통유리로 된 스튜디오를 향해 로비를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전화 통화 중이던 한 직원은 깜짝 놀라며 180도로 몸을 돌려 스튜디오를 바라봤다.

고영열 강사의 소리를 바로 옆에서 듣는 것은 TV를 통해 전달된 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스피커도 없는 스튜디오를 꽉 채운 성량은 수강생을 다소 위축되게 했다. 배두헌 기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원포인트 레슨이 시작됐다.

고영열 강사는 “‘진도 아리랑’에선 잘 떨어줘야 한다”며 “이는 국악에선 농음이라고 한다. 음을 흔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아아아아아’하며 음을 흔드는 것으로 서양 음악에서의 비브라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이브레이션’과는 차이가 있다. 고 강사는 “비브라토는 호흡으로 가는 반면 농음은 음을 움직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리를 더해 손의 움직여가며 음의 움직임을 표현했다. 또 ‘아라리가 났네에헤에’ 부분에선 손가락으로 음의 높낮이를 짚어가며 정확한 음에 대한 설명을 더했다.

이것이 ‘진도아리랑’의 핵심 포인트. 물론 듣는 것과 하는 것의 엄청난 차이는 시도하기 전엔 알지 못하는 법이다. 일반인 이상의 노래 실력을 가진 배 기자는 역시나 자기만의 실력과 성량을 발휘했다. 기자가 배워본 결과 ‘농음’을 단번에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으나, ‘음을 흔들기’ 위해 머리를 같이 움직여주면 그나마 비슷하게라도 해볼 수 있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무엇보다 고영열 강사가 훌륭한 선생님인 이유는 음역과 성별이 다른 두 기자에 맞게 음을 달리해 레슨을 해줬다는 점이다. 게다가 ‘칭찬의 왕’이다. 그 누구도 상심하지 않도록 “너무 잘한다”, “뮤지컬 왜 하는지 알겠다”, “음이 정확해서 깜짝 놀랐다”는 칭찬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끌어갔다. 덕분에 ‘내가 진짜 잘했나 보다’ 싶은 착각은 덤이다.

레슨의 마지막, 난감한 질문을 던졌다. “늦은 나이에 판소리를 시작해도 괜찮겠냐”는 질문. 고영열 강사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프로는 언감생심 욕심내지 말라는 뜻이다. 또 다른 질문도 던졌다. “배두헌 기자가 ‘팬텀싱어’에 나갔다면 함께 팀을 했겠냐”는 질문. “두 사람이나 소리꾼이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웃음)” ‘말 돌리기’를 통한 완곡한 거절이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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