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금리에도 ‘코어예금’ 역대 최대증가…은행이 안망하는 이유?

[게티이미지=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수신금리가 0%대로 떨어졌음에도 지난달 저원가성 예금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한 사상 최저 기준금리로 대출금리가 크게 낮아진 상황이지만, 시중에 풀린 유동성 중 상당부분이 단기 대기성 자금에 몰리면서 은행으로선 비용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형편이 된 것이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7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은행의 총수신은 1840조6594억원으로 한 달 새 17조3010억원이 감소했다.

이 중 저(低)원가성 예금으로 분류되는 실세요구불과 수시입출식 예금 잔액은 772조2701억원으로 전달보단 19조원가량 감소했지만, 작년 7월(616조8635억원)보단 155조원가량 증가했다. 전년동기 대비 25.2% 증가한 것으로 해당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이로써 은행 전체 수신에서 저원가성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월 현재 42%를 나타내고 있다. 정기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8.4%에 그치고 있다.

저원가성 예금이란 쉽게 말해 원가가 낮은 예금이란 뜻으로, 은행 입장에서 저렴한 비용(이자)으로 자금 조달에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을 일컫는다. 은행들의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차에서 발생되는 수익)을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어 코어(핵심) 예금이라고도 불린다.

은행 예금금리는 지난 6월 사상 처음으로 0%대로 떨어진 상태다. 이처럼 금리 메리트가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도 사실상 이자가 없는 계좌로 돈이 몰리는 이유는 정부 규제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간 상태에서 주식 등 자산 시장 투입을 검토하는 대기성 자금이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은이 집계한 6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권 저축성 수신금리는 0.18%포인트 내린 연 0.89%였다. 0%대 금리는 1996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순수저축성예금 금리(0.88%), 시장형금융상품 금리(0.92%) 모두 0%대다.

6월에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권 정기예금 가운데 0%대 금리 상품의 비중은 67.1%로 역대 가장 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까지 낮추면서 금리가 0%대인 정기예금 비중이 급격히 늘었다.

김도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말 은행 총수신은 전년동기 대비 9.3% 증가했고 이 중 저원가성 수신이 25.2% 증가해 통계집계 이후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비용률이 높은 정기예적금 대신 저원가성 수신이 증가하는 점은 은행 조달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7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36조5000억원으로 6월 말보다 7조6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3월(9조6000억원), 2월(9조3000억원), 6월(8조2000억원)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월별 증가액이고, 매년 7월만 놓고 보면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689조8000억원)이 한 달 사이 4조원 늘었지만, 증가 폭은 6월(5조1000억원)보다 줄었다.

가계 기타대출(잔액 245조6000억원)의 경우 3조7000억원 불었다. 6월 증가액(3조1000억원)보다 6000억원이나 많고, 2018년 10월(4조2000억원) 이후 21개월 내 가장 큰 월별 증가폭이다. 더구나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늘어난 기타대출의 대부분은 가계 신용대출이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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