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삼성에피스 바이오시밀러…K-바이오에 ‘소금’ 되다

지난 2월 12~1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2020 유럽 크론병 및 대장염학회(ECCO)’.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글로벌제약사들이 부스를 차리고 자사 제품 홍보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행사장 정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부스로 단연 눈길을 끈 주인공은 셀트리온이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10여년 전까지만해도 유럽학회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늘 행사장 귀퉁이에 있었던 셀트리온이 지금은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가지고, 유럽의 저명한 의사들이 가장 임상시험 발표를 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불과 10여년전만해도 전문의약품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제약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10여년 전 한국형 산업 모델에 가장 적확한 사업으로 선택된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한국 바이오 산업에 ‘소금’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평가는 아직 진행형이다.

▶셀트리온, ‘항체 바이오시밀러’라는 새로운 분야 개척=의약품은 최초 개발자(기업)에게 개발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특허기간을 부여한다. 그리고 이 특허기간이 만료된 뒤 복제약(제네릭) 출시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제약사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를 기다렸다가 복제약을 개발해 이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을 세운다. 바이오의약품도 이런 절차에 따라 복제약을 만들게 된다. 다만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라는 원료 특성 때문에 아무리 동일한 제조 공정을 거치더라도 100% 완전히 똑같은 의약품을 개발할 수 없다. 이에 오리지널 의약품과 아주 비슷한 의약품이라는 뜻의 ‘바이오시밀러’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는 제조 공정 자체가 까다롭고 초기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주저하던 영역이었다.

이런 와중에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선제적으로 진출한 곳이 셀트리온이다. 바이오시밀러라는 용어조차 낯설었던 지난 2002년 설립된 셀트리온은 이 산업이 향후 의약품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보고 관련 제품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그리고 10여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2013년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개발,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를 획득하게 된다. 램시마는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이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로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류머티스 관절염 등에 사용되는 바이오의약품이다. 이후 램시마는 2016년 미국의약품청(FDA)의 허가를 획득해 미국에도 출시됐다.

램시마에 이어 개발된 ‘트룩시마’는 ‘리툭산(미국명, 유럽명 맙테라)’의 바이오시밀러로 2017년 EMA, 2018년 FDA의 승인을 획득했다. 이어서 세 번째로 개발된 ‘허쥬마’는 로슈가 개발한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로, 이 역시 2018년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 승인을 받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이처럼 셀트리온이 개발한 항체 바이오시밀러 3종(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은 오리지널의약품이 독점해 온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판을 흔들며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빅데이터 기업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이 3개 제품의 1분기 유럽시장 점유율은 램시마 57%, 트룩시마 40%, 허쥬마 19% 등으로 나타났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고가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처방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선제적으로 나선 셀트리온이 현재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후속 항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전 세계 의약품 매출 1위 제품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CT-P17’은 현재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이 밖에도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CT-P16’,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CT-P39’,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CT-P43’의 임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늦은 출발에도 다양한 파이프라인 보유=한국의 또 다른 바이오시밀러 대표주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지난 2012년 설립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만 집중해 설립한지 10년도 않돼 세계에서 인정받는 바이오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셀트리온보다 늦게 이 사업에 진출했지만 오히려 파이프라인은 더 다양하고 개발 기간은 더욱 단축됐다. 지난 2016년 처음 유럽의약품청의 허가를 획득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유럽명, 미국명 브렌시스)’에 이어서 램시마와 같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플릭사비(유럽명, 미국명 렌플렉시스)’도 2016년 유럽, 2017년 미국에서 허가를 획득했다.

특히 2017년 유럽, 2019년 미국 허가를 받은 ‘임랄디(유럽명, 미국명 하드리마)’는 연매출 20조원으로 전 세계 의약품 1위 제품인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다. 이어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인 ‘온트루잔트’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까지 4종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출시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베네팔리, 플릭사비, 임랄디 3종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시장 누적 매출은 총 21억5430만달러(2조5584억원)에 이른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파이프라인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로슈가 개발한 대장암, 폐암 치료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에이반시오’는 현재 유럽에서는 CHMP(약물사용자문위원회)로부터 긍정 의견을 받았고, 미국에서는 지난 해 말 허가절차에 착수했다”며 “이 밖에도 안과질환 치료제인 ‘루센티스’와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혈액질환 치료제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등이 임상 3상을 종료했거나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유럽·미국의 처방 환경 변화에 선제적 대응으로 성공=그동안 합성 화학의약품 복제약에만 의존하던 한국이 이처럼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우선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와 처방 환경의 변화를 기회 요인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들의 오리지널 의약품들은 대개 10~20년 전에 개발된 것들이다. 통상 오리지널 의약품에 부여되는 특허기간과 비슷해 이들의 특허 기간과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간이 맞물린 것이 주효했다.

신준수 식약처 바이오의약품정책과장은 “유럽·미국 등 제약선진국에서는 해마다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데 바이오의약품이 워낙 고가이다보니 정부로서는 재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상황”이라며 “그런데 이런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의 특허가 최근 몇 년새 종료되면서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처방률을 높이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신뢰감도 높다. 합성 화학의약품의 복제약과 달리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과 동등한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신 과장은 “이런 바이오 산업 환경의 변화를 일찍이 예상한 국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개발에 뛰어들었던 것이 하나의 성공 요인이었을 것”이라며 “이와 함께 정부의 발빠른 가이드라인 제시, 허가·수출 지원 등의 정책적인 뒷받침도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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