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년’ 영문운전면허증, 범칙금 미납자 ‘우회로’ 꼼수될 수도

영문 운전면허증 견본. [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오는 9월이면 국제운전면허증을 따로 발급받지 않고도 해외에서 쓸 수 있는 영문운전면허증 발급을 시행한 지 1년이 된다. 발급 건수는 꾸준히 증가해 100만 건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용 가능 국가도 늘어 총 36개국이 됐다. 하지만 영문면허증 발급이 교통범칙금 미납자들에게 국제면허증 발급을 제한하는 법조항을 무력화 시킬 수 있어 법 개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6일 시행 이후 올해 7월 말 기준 총 94만9799건의 영문면허증이 발급됐다. 이 같은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 시행 1년이 되는 시점에는 100만건 돌파도 무난해 보인다. 매월 7만~9만건의 영문면허증이 발급되는 실정이다. 올 한 해에만 58만4997건의 영문면허증이 발급됐다.

해외에서 운전을 하기 위해 출국 전 국제면허증을 발급받거나 출국 후 한국대사관에 들러 운전면허증에 대한 번역공증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여권을 소지하기만 하면 영문면허증만으로 해외에서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영문면허증 사용 가능 국가도 늘어났다. 시행 초기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괌, 덴마크 등 33개국에서 쓸 수 있었는데, 올해 그리스와 벨기에, 크로아티아 등 3개국이 추가됐다.

하지만 영문면허증이 범칙금 미납자에 대한 벌칙 규정을 무력화시킨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범칙금 미납으로 국제면허증 발급이 거부된 사람들에게 ‘우회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도로교통법 제98조의2에 따라 범칙금을 미납한 경우에는 국제면허증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 범칙금 미납으로 2018년에는 1만2002명, 2019년에는 4만4905명의 국제면허증 발급이 제한됐다. 국제면허증 발급 거부에 따라 2018년에는 9741명이, 2019년에는 3만8193명이 뒤늦게 범칙금을 납부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상 범칙금 미납자에 대한 벌칙 규정에는 영문면허증 발급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 최근 입법조사처도 발간자료를 통해 “향후에 영문으로 표기된 국내 운전면허증이 확대 사용될 경우 범칙금 미납자에 대해 국제면허증의 발급을 제한하는 제도가 무력화될 수 있다”며 “국제면허증 신청 시 범칙금 미납자에 대해 그 발급을 거부함으로써 해외 운전에 대한 불이익을 주고 있음을 고려할 때, ‘영문으로 기재된 국내운전면허증’ 소지자에 대해서 해외 방문 시 이와 유사한 불이익이 부과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도 “도로교통법상 범칙금 미납자 벌칙 규정에 국제면허증 뿐 아니라 영문면허증도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안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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