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반성…“고객 돈도 회삿 돈처럼”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시중은행들이 고객자산 위험관리를 고유자산 수준 이상으로 강화하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를 겪으면서 평판을 잃으면 엄청난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은행의 리스크부서는 기존에 은행의 고유자산(대출·예금 등)을 굴리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리스크 관리를 맡았다. 동시에 은행들은 자본시장법상 고객의 자산과 은행 고유재산을 운용을 분리해야 한다. 고객 이익보다 회사 이익을 앞세우는 자산 운용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펀드 등 투자상품의 변동성이 커지자 리스크 부문의 역할이 조명되고 있다. 앞으로 리스크관리 부서에는 펀드 자산의 편중을 막고, 소규모 자산운용사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등의 역할도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리스크관리부서 팀장은 “영업 측면에선 차이니즈월을 엄격히 지켜야 하지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선 자산을 통합적으로 들여다 보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고객자산 보호’를 내걸고 리스크관리체계를 변경했다. 금융투자상품본부가 맡던 펀드, 신탁 등 투자상품 관리 업무를 리스크전략그룹으로 넘겼다. 담당 인력도 이동했다. 은행 고유자산을 관리하는 조직 전문성과 게이트키핑 기능을 폭넓게 활용하자는 취지다.

더불어 고객자산과 관련된 리스크관리 정책을 심의하는 신설 협의체(리스크관리심의회·리스크관리협의회)을 새로 꾸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펀드상품을 두고 의사결정을 하는 회의체는없었으나 이번에 새로 뒀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조직개편을 벌여 기존에 자산관리그룹에서 담당하던 고객 투자상품(펀드·신탁 등) 사후관리 업무를 자산관리그룹 산하 리스크총괄부와 나눴다. 이들 조직은 은행이 판매한 모든 투자상품의 신용·시장·운용리스크를 ‘더블 모니터링’ 하게 된다.

이 은행 관계자는 “상품 선정, 판매 부서에서 벗어난 제 3의 조직에 투자상품 사후관리 기능을 부여해 검증체계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맹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투자상품서비스(IPS)본부를 신설하고 상품 도입 절차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리스크관리운영위원회의 점검을 받는 절차도 추가했다.

NH농협은행은 투자자산과 고유자산 리스크관리 업무는 조직이 나뉘어 있다. 다만 고객의 투자자산과 관련된 사안은 리스크관리부가 관여하는 자산관리상품협의회 심의를 거치게 돼 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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