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P2P도 혁신이었다…네이버는 달라야

혁신(革新)은 바꾼다는 의미다. 용법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혁신도시, 디지털혁신, 혁신정치, 문화혁신 등 ‘혁신’과 합을 이룬 단어들은 대체로 긍정적 의미값을 가진다. 문제는 어떻게 ‘혁신’을 할 것이냐인데 이에 대한 고민은 생략되기 쉽다. 그래서 무엇인가가 ‘혁신’으로 포장이 됐다면 구체적으로 그 혁신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현실에서의 혁신은 가끔은 실체가 없는 상황이기 일쑤다. 금융에선 더 그렇다.

예컨대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은 한때 ‘혁신’의 대명사였다. 장관까지 나서서 추켜세웠다. P2P는 두자릿수 수익률을 준다며 돈을 끌어모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투자자가 두자릿수의 높은 수익률을 가져간다는 것은 누군가는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함을 의미하고 그래야 계약이 유지 된다. 그러나 경기 위축은 불보듯 하고 역병이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하는데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대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욕심이다.

사실 P2P의 본질은 대부업이다. 고리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사채놀이’가 핵심이다. 오래된 사업모델이었으나 ‘P2P’란 이름이 붙자 혁신이 됐다.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은 2주도 안 남았는데 아직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P2P 업체는 240여곳 중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온투법’ 시행으로 P2P는 이제 제자리를 찾게 됐다. 자체 본질 대부업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2015년을 전후해 유행했던 ‘크라우드 펀딩’ 역시 본질은 대부업이다. 온라인상에서 다수 대중으로부터 돈을 끌어모은 자금으로 사업을 일으킨다는 개념이었는데 자금 모집 유형은 기부형과 후원형, 대출형, 증권형 등으로 나뉜다. 초기엔 제작이나 설립자금이 부족한 영화나 벤처기업들이 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많이 활용됐는데, 이후 투자형태를 갖추게 되면서 ‘먹튀 사건’ 등이 불거지게 됐다. 대출사기 사건도 적잖게 일어났던 영역이 바로 크라우드 펀딩이었다. ‘혁신’이란 이름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던 파생상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다. 당시 미국 금융회사들은 주택저당증권(MBS)을 만들어 부동산담보대출 자산을 유동화시켰는데 여기에 채권을 섞어 만든 증권(부채담보부증권·CDO)을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투자자들은 놀랄 만큼 낮은 위험률에다가 높은 수익률, 그리고 ‘혁신적 금융’이란 타이틀에 베팅했다. 결국 증권(CDO)을 대거 보유했던 리먼브러더스는 파산에 이르게 됐고 이후 한동안 혁신적 금융기술에 대한 불신은 시장을 지배하는 시대정신이 됐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금융 역시 ‘혁신’으로 포장됐으나 본질은 캐피털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연내 신용대출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인데, 대출 주체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아닌 미래에셋캐피탈이다. 돈을 빌려가는 사람이 돈을 갚을 만한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역할은 네이버파이낸셜이 담당하는데 대출금리가 시중은행 수준인 4%다. 파격적이다. 금융권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란 주장도 나온다. 이제 갓 금융권에 노크한 네이버의 사업인 만큼 관심이 높다. ‘금융혁신’이란 이름으로 치러진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융은 네이버의 가세로 한 발짝 더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 네이버의 혁신만큼은 반드시 성공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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