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1가구 1주택’ 집착이 현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의 첫 단추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못한 분들이 이 글을 그냥 읽으신다면 당장에는 오해를 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집값이 너무 올라 집 없는 설움을 겪는 우리 가슴에 염장을 지르겠다는 것 아냐?’ 하실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분히 읽어보신다면 필자의 진의(眞意)가 오히려 무주택자들을 위하는 쪽으로 더 많이 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1가구 다주택’은 집값을 올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해치는 주요 요인이다. ‘1가구 1주택’이 합리적이고 이상적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깊이 생각한 끝에 앞의 명제가 그릇된 것임을 깨달았다. 지금부터 다음의 서두로 ‘1가구 다주택의 역설’을 시작하기로 하겠다.

“전·월셋집 수요자가 집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여분의 집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있기 때문이다.”그렇다. 다주택자가 자신이 사는 집을 제외한 한 채 이상의 집을 여분으로 가지고 있어 전·월셋집이 공급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가구 수는 대략 2000만가구 정도라고 한다. 이 중 약 800만가구는 무주택 가구로, 현실적으로 일단 전·월셋집에서 살아야 한다. 이들이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약 800만호에 달하는 전·월셋집을 누군가가 공급해야 한다. 누가 공급해줄 수 있을까? 당연히 다주택자들이다!

만일 정부가 ‘1가구 1주택’ 정책을 극단까지 밀어붙여 다주택자가 아예 없어진다면, 그래서 전·월셋집 공급자가 아예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집을 살 목돈이 없는 전·월셋집 수요자들은 집을 전혀 구하지 못할 것이고, 전·월셋값은 마냥 폭등할 것이다. 이 같은 논의는 절대로 엉뚱한 것이 아니다. 일견하기에는 무주택자들에게 도움을 줄 것처럼 보이는 ‘1가구 1주택’ 원칙이 사실은 그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간명하게 시사해준다.

최근 수년간 강남, 서울, 수도권 또는 주요 지방도시에서 아파트의 집값과 전·월셋값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 근본적 요인을 필자의 저량수급 모형(貯量需給模型)에 의거해 아주 간략히 설명하기로 하겠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왕이면 더 좋은 지역의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어한다.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소득이나 재산이 받쳐줄 수만 있다면 해당 주택에 대한 거주수요총량은 증가한다. 이때 그 증가된 거주수요총량보다 해당 주택의 존재총량이 적다면 어떻게 될까? 그 집값이나 전·월셋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해당 주택의 존재총량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신규 공급분(신축 공급분)만큼 늘어난다. 그런데 그 신규 공급분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수요증가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집값이나 전·월셋값이 오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간의 경제성장으로 국민소득과 국민총재산이 늘면서 전반적으로 거주수요의 질이 고급화되는 추세가 진행돼왔다. 이에 따라 일자리, 교통, 교육여건, 생활인프라 등의 측면이 좋아 인구가 집중되는 주요 지역의 아파트에 대한 거주수요총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반면 현 정부 들어 그 신규 공급은 부지 부족 문제와 여러 가지 규제 등으로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이것이 최근 수년간 이뤄진 집값과 전·월셋값 상승의 근본적 요인이다.

사리가 이와 같음에도 현 정부 인사들은 언필칭 다주택자의 투기가 그 상승의 주범이라고 지탄한다. 그리고 그 상승에 불만을 품어 정부를 탓하던 국민 중 상당수가 그 말에 찬동한다. 아, 다주택자들이 정치적 희생양(scapegoat)이 되기에 알맞은 조건이 형성됐다!

그러나 다주택자의 투기는 그 주범이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다주택자의 투기는 오히려 집값이나 전·월셋값 안정에 기여한다. 나머지는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겠다.

배선영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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