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견제’ 이스라엘-UAE ‘적과의 동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간의 외교 관계 정상화 합의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

‘공동의 적’ 이란에 맞서기 위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놓고 과거 원수지간이던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국교 정상화에 전격 합의하면서 중동 지역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양국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적극 중재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11월 대선을 앞두고 재선에 유리한 외교적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영국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이란과 갈등을 빚고 있는 양국의 입장이 이번 합의의 통로가 됐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이란은 아랍권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려 하는 등의 이유로 이스라엘과 UAE 모두의 적으로 인식됐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란의 핵·미사일 개발을 최대 군사 위협으로 여긴 이스라엘은 아랍권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모색해왔다. 여기에 UAE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은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물밑 접촉을 진행해왔다.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의 수교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스라엘의 다음 수교 후보 아랍국으로는 사우디와 바레인, 오만 등이 거론된다. 특히, 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를 할 경우 중동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과 이미 국교 정상화를 한 이집트와 요르단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팔레스타인 측은 이번 합의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 모두 “UAE가 팔레스타인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도 “이스라엘과 UAE의 합의가 수치스럽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를 통해 큰 성과를 얻은 사람은 최근 힘겹게 대선 레이스를 치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합의 결과를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하며 자신의 외교적 승리로 활용했다.

그는 “이번 합의는 더 평화롭고, 안전하고, 번영하는 중동을 위한 중요한 단계”라며 “앞으로 해빙이 됐으니 아랍과 이슬람 국가들이 UAE의 전례를 따르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3주 내 그들(이스라엘과 UAE 지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공식적으로 합의서에 서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향후 구체화 할 수 있는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들의 수교를 대선 전 이벤트로 꾸준히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고도 이렇다 할 외교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이번 합의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북한 문제를 거론하며 “내가 (북한과의) 전쟁을 피하게 했다”고 자화자찬했다.

또, 이번 합의가 ‘에이브러햄 합의’로 명명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름을 딴 ‘도널드 J 트럼프 합의’로 불리길 원하지만, 언론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다.

언론들도 일제히 이번 합의에 대해선 후한 점수를 줬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외교에서 보기 드문 승리를 끌어냈다”고 평가했고, AP통신은 “대선에서 뒤쫓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동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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