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수요집회 있지 않아야…시위 형식 바꿀 필요”

14일 오전 충남 천안 국립망향의동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 참석한 이용수 할머니. 이번 행사는 정부가 75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처음으로 주관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은 14일 수요집회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다시 강조했다. 참석 예정이었던 지난 12일 수요집회에 대해서도 애초 시위 형식의 집회에는 얼굴을 비출 뜻이 없었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오전 충남 천안 국립망향의동산에서 열린 기림의 날 기념식이 끝나고 기자들을 만나 “수요(집회는) 있지 않아야 한다. 집회라고 할 것이 없다. 시위 형식을 바꿔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시위를 30년을 해서 세계에 알리는 것은 잘했다”면서도 “그렇지만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것을 30년이나 외치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 할머니는 “그래서 이제부터는 그것이 아니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왜 하늘에서 일본의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들이 올바른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위안부가 뭔지, 한국에서 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완전히 알아야 한다. 그런 것을 교육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이 할머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에도 빨리 위안부 문제(에 대해) ‘위안부 역사관’으로 고치라고 했다”며 “(정대협 측에서)‘지금 고치는 중’이라고 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2일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언급하면서 “이런 말을 하려고 했지, 시위하려고 나간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발언을 하는 내내 울먹이며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이 할머니는 기념식 후 울음 섞인 목소리로 “너무 서럽다. 할머니들, 언니들, 동생들 노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저는 정치인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늦었지만 정계에 계시는 (분들에게 말하자면)저는 ‘친일파’가 뭔지도 몰랐다”며 “일본을 두둔하고 자주 그 사람들과 대하니까 그게 친일파가 아니냐 이렇게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다르다”며 “정계에 계시는 여러분들, 시민들, 국민 여러분들 다 똑같은 분이라고 생각하고 다 저희 위안부 문제는 같은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해결하려고 생각하는 그런 분들로 이제 알았다”고 덧붙였다.

이 할머니는 역대 최장 장마로 각지에서 호우 피해가 있었던 것을 언급하면서 “저 하늘나라에 계시는 할머니들도 (저와 같은 생각에서)무척 노했다”며 “전에는 태풍이 오고 이래도 이만큼 과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할머니들이 무척 노한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앞서 말한 ‘친일파’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공론화해 온 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이 발생한 후 정치권 일각에서 의혹 제기 과정에 ‘친일 세력’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등 사회적 논란이 불거진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추정된다.

이날 행사장에는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이 이 할머니를 부축해 함께 입장했다. 전 정의연 이사장이자 회계 부정 의혹을 받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행사장에 도착할 때 지팡이를 짚고 걸어서 대기 장소로 이동했으며 기념식 내내 휠체어를 타고 이동했다. 그는 행사 시작 전 건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걱정해 주신 덕분에(이상 없다)”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간담회장 입장 전까지 지팡이를 짚고 걸었으며 기념식장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휠체어를 탔다.

이 할머니는 휠체어를 탄 채 행사장 맨 앞줄 가운데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이에 앉았다. 이 할머니를 부축, 함께 행사장에 입장했던 이 이사장은 기념식장에서는 이 할머니와 떨어져 행사장 맨 좌측 줄에 앉았다.

이 할머니는 기념식에서 자신과 고(故) 김학순 할머니 등의 목소리가 담긴 ‘아리랑’이 연주되기 시작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리랑’ 공연은 이날 기념식 마지막 순서였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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