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미투’ 게시물 공유 후 삭제요청에도 페북 방치…대법원 “명예훼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허위 성범죄 사실이 담긴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공유한 이들이 삭제요청을 받고도 1년 이상 글을 게시한 채로 뒀다가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벌금 30만원과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에서 ‘비방의 목적’, ‘사실을 드러내는 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2016년 각각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지인 C씨가 메모 애플리케이션에 쓴 글을 공유한 혐의로 기소됐다. C씨는 자신과 교제했던 한 남성을 ‘작가이자 예술대학 교수’라고 알파벳 이니셜 익명으로 지칭하면서, 성폭력과 폭언 피해 등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 남성은 그런 행동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C씨의 글은 대부분 허위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에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은 두 사람이 C씨의 글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원글 자체만으로는 글의 작성자를 알 수 없고, 가해자로 묘사된 사람의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A씨와 B씨는 미투운동이 확산되던 시기 자신들이 관련된 분야에서 힘을 싣고자 했다며 비방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비방할 목적’도 인정돼야 한다.

반면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해당 글의 작성자와 가해자로 묘사된 사람이 누군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이 페이스북에 원글을 공유하면서, 원글에 사용되지 않은 표현을 썼는데 글쓴이와 등장인물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고 보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는 판단이었다.

또 ▷원글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C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C씨가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점 ▷A씨와 B씨가 게시물 삭제 요청을 받고도 1년간 그대로 두다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될 무렵 삭제한 점 등에 비춰 원글이 허위이고, 허위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아울러 A씨와 B씨가 미투운동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원글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피해자에 대한 감정적 비방으로 보일 뿐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공익 목적의 제보로도 보이지 않는다”며 비방할 목적도 있었다고 판단하고 유죄를 인정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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