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라의 동방불패]“대화가 필요해~” 中, 美에 급화해모드

영화 '전랑' 포스터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미국과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 앞으로 몇 개월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위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장문의 글을 발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등 미 정치인들의 반중 발언에 대한 대응 성격이지만, 확실히 달라진 것은 미국에 대해 화해의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선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몇 개월’이라는 단어로 미국에 대화가 시급함을 강조했다.

올초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된 후 미국의 공세에 중국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보복과 독설로 대응했다. 이같은 중국의 신 외교전술은 일명 ‘전랑(戰狼·늑대전사)’이라는 이름으로 지칭됐다. 이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만든 영화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중국에게 불리한 외교 현안에 대해 공격적인 대응을 펼치는 것이다.

중국의 태도 변화는 이후 곳곳에서 감지된다.

왕이 외교부장(장관)은 이번 주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과 무슨 외교전 같은 것을 벌이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추이톈카이 주미대사는 “미중관계가 정상궤도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고,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조화, 협력, 안정을 기반으로 한 미중관계를 함께 건설해야 한다. 미국과 난관을 이겨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의 바이트댄스, ‘위챗’의 텐센트와 거래를 전면 금지한다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는데도 중국은 본격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원하지 않는 베이징이 트럼프의 술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은 “중국은 트럼프의 재선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며 “대선 전 미국 내 영향력 강화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권이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시기에 적어도 반중여론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제츠 정치국 위원은 “최근 미국 일부 정치인들이 황당한 주장을 끊임없이 펼치고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치제도를 악랄하게 공격해 50년 가까운 중·미 관계의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고 있다”며 양국의 관계 악화를 ‘일부 정치인’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것이다.

중국이 태도를 바꿨다고 양국이 화해를 예상하기는 아직 어렵다.

15일 미중 고위급 전화회담을 통해 중국의 1차 무역합의 이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미중 무역 합의에 대해 “별 의미 없다”고 깎아내렸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도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지난 13일 대만해협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언론은 “이번 훈련은 대만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공개적인 경고”, “독안에 든 쥐(대만) 잡기” 등 공격적인 제목을 달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국의 군사훈련은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대만을 방문한 직후 이뤄졌다. 에이자 장관은 미국이 대만과 단교한 1979년 이후 대만을 방문한 미 행정부 최고위급 인사다. 대만은 미국으로부터 기뢰와 순항미사일 등을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에게 있어 대만 문제 개입은 내정간섭으로 간주된다. 미국과의 대화 재개, 무역 협상 등과 상관없이 중국에게 가장 민감하고 우선시 되는 문제는 ‘하나의 중국’이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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