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메케인·트럼프 다 당했는데…바이든만 ‘고령 논란’ 피해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77세라는 고령의 나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건강 문제에 대한 각종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친 트럼프 성향의 폭스 뉴스가 주요 언론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만 건강 문제 검증에 인색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과거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존 메케인 전 상원의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강하게 들이댔던 고령으로 인한 대통령직 수행 가능 여부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는 전혀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언론, 바이든 건강 문제 제기 금기시”

미국의 보수 논객인 댄 봉기노는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을 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증명하도록 요청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요구가 아니다”면서 주요 언론들은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건강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팀 그레이엄 미디어리서치센터장도 “주요 언론들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에 대한 건강상의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금기시 했던 것처럼 바이든에게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 내 보수층에서는 77세로 고령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인지 능력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고령인 바이든 전 부통령을 가리켜 공공연히 ‘졸린 조(Sleepy Joe)’라고 부르며 판단력 저하에 대해 공격해왔다.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롱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페이스북 광고. [트럼프 페이스북 캡쳐]

윌리엄 제이콥슨 코넬대 로스쿨 교수는 “이번 대선처럼 대통령 후보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중요했던 적은 없었다”며 “언론들이 민주당 후보 지킴이 역할을 하지말고 제 역할을 다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국민들은 이번 선거가 바이든의 대통령 선거인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길 대기하고 있는 선거인지 알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언론들은 민주당이 고령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약점을 방어하기 위해 22세나 젊은 해리스 상원의원을 부통령으로 지명했다는 분석을 일제히 내놓기도 했다.

공화당 레이건·매케인에게만 엄격했던 잣대

과거 미 대선에서 고령의 대선 후보들이 출마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도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건강 문제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게 보수측의 주장이다.

지난 1984년 73세였던 레이건 전 대통령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월터 먼데일의 ‘고령’ 공격에 고전하자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레이건 전 대통령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주요 언론들은 지난 2008년 대선에서 24세 연하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맞서 72세의 나이에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서도 건강에 따른 공직 적합성에 대해 혹평했다.

폭스 뉴스는 “이 같은 과거 행적과는 상반되게 CNN 방송 등 주요 언론들은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한 건강 검증 공세에 대해 ‘부정적인 당파주의’, ‘공세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널드 레이건(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 [레이건 전 대통령 도서관]

다만, 주요 언론 내부에서도 간헐적으로 고령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건강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올해 초 마크 티센 칼럼리스트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레이건 전 대통령이 퇴임하던 날보다 나이가 많아질 것”이라며 “기억력에 있어 실수를 저지르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정신 건강에 대한 의문 제기는 정당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프랭크 브루니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도 “트럼프가 오래 전부터 도덕적으로 바닥을 친 상황에 바이든의 정신적 쇠퇴에 신경을 써야하는 이유를 말해달라”며 “트럼프의 부패 대신 바이든의 혼란을 감수하겠다”고 했다.

일부 미디어 전문가들은 언론들이 정파적 이익에 상관 없이 대선 후보의 건강에 대해 검증하고, 정보 제공을 통해 시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로이스 보이튼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사실에 기반한 보도가 이어져야 언론과 정치인들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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