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그리스 갈등에 프랑스 전투기·함정까지 출동…불붙는 동지중해

공격헬기를 탑재한 프랑스 강습상륙함 토네르(위쪽 첫 번째)가 13일(현지시간) 그리스 해군과 동지중해상에서 합동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천연가스 탐사·시추를 놓고 터키와 그리스·키프로스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리비아 내전을 두고 터키와 갈등을 빚고 있는 프랑스까지 그리스와 키프로스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하기로 하며 동지중해상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적극 개입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실타래가 더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프랑스 압박에 긴장 완화 택한 터키

프랑스군은 최근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 라팔 전투기 2개를 배치했다. 터키가 그리스·키프로스와 분쟁을 겪고 있는 동지중해 해상에서 천연가스 탐사에 나서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또, 프랑스군은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 참사에 대응하기 위해 파견된 공격 헬기를 탑재한 강습상륙함 토네르가 이미 키프로스 해역에 있으며, 라파예트급 호위함(프리깃함)은 그리스 해군과의 합동 훈련을 위해 인근 지역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터키의 일방적인 천연가스 탐사 결정이 긴장을 야기하고 있다”며 “그리스 등 유럽 파트너들과 협력하면서 지중해상에 일시적으로 프랑스군의 주둔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터키가 시추선을 보낸 해역은 키프로스가 프랑스 토탈 등 외국 에너지 기업에 시추 허가를 내준 곳이다. 토탈은 키프로스 남부 해역 13개 블록 중 7개 블록에서 탄화수소 탐사를 할 수 있는 허가를 갖고 있다.

프랑스의 군사적 압박에 대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창당 19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동지중해에서 그리스와 갈등을 해결하는 길은 대화와 협상”이라며 “불필요한 모험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한발 물러선 것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창당 19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AP]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리스와 키프로스공화국(키프로스)을 언급하며 “이들은 지역 긴장을 고조하고 터키와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북키프로스)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게해(그리스와 터키 사이 바다)와 지중해에서 그리스의 입장은 악의적”이라며 “에게해에서 가장 작은 섬인 카스텔로리조에 근거한 그리스의 해양 관할권 주장은 우스꽝스럽고 근거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중해 동부에서 터키의 행동은 국제법과 완전히 일치한다”며 “터키는 이 지역에서 다른 나라의 어떤 권리도 침해할 의도가 없지만, 다른 나라가 우리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잡하게 겹치는 EEZ…갈등 계속

동지중해상에선 터키와 그리스, 키프로스가 천연가스 탐사 및 시추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11일 터키 외교부는 이달 말까지 지질 조사선 ‘오루츠 레이스’가 터키 안탈리아 남부 해역과 키프로스 섬 서쪽 해역에서 천연가스 탐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지질 조사선 ‘오루츠 레이스’의 모습. [로이터]

오루츠 레이스의 작업해역은 키프로스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물론 로도스·카파토스·카스텔로리조 섬 남쪽 해역 등 그리스가 주장하는 EEZ와도 겹친다.

1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전쟁을 벌인 터키와 그리스는 1923년 로잔 조약을 체결하고 이스탄불 인근 동트라키아 지역은 터키의 영토로, 터키와 그리스 사이 바다인 에게해(海)의 섬 대부분은 그리스 영토로 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터키에서 맨눈으로 확인 가능한 섬까지 그리스 영토가 되면서 양국은 EEZ를 놓고 수십 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카스텔로리조 섬은 터키 해안에서 2㎞가량 떨어진 반면, 그리스 본토에서는 약 580㎞ 거리에 있다.

터키는 면적 10㎢에 불과한 카스텔로리조를 근거로 그리스가 4만㎢에 달하는 해양 관할권을 주장한다고 비판해왔다.

동지중해 주요 국가간 중복 EEZ 범위 [BBC]

터키계 북키프로스의 존재는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키프로스 섬은 유엔 등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그리스계 키프로스와 터키만 인정하는 터키계 북키프로스로 분단돼 있다. 1960년 키프로스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친(親) 그리스 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1974년 키프로스공화국을 세웠다. 당시 터키군이 진입해 점령한 섬 북부는 1983년 독립을 선언하면서 나라가 둘로 쪼개졌다.

터키는 북키프로스 정부를 근거로 키프로스섬 인근 에너지 개발권을 주장하고 있다. 하미 아크소이 터키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북키프로스도 키프로스섬 일대에 매장된 천연가스 자원에 대한 권리가 있다”며 “터키는 북키프로스와 맺은 정식 협정을 바탕으로 북키프로스의 권리를 계속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리스는 터키의 동지중해 천연가스 탐사·시추에 반발해 유럽연합(EU)에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으며, 이에 따라 EU는 오는 15일 화상 외무장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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