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묵은 ‘신체장애 손배 기준’ 현실화한다

대법원이 50년 넘게 이어진 신체장애 손해배상 기준 재검토에 나섰다. 그동안 사회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기준을 현실화할 경우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등 상해유발 사건에서 배상금액이 상향 조정되고,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지난 10일 손해배상 소송에서 활용 가능한 장애평가 기준에 대한 비교·분석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오는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제안서를 받고, 다음달 21일께 연구용역 주체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대법원은 연구용역을 통해 신체장애별 노동능력상실률 판단에 활용되는 ‘맥브라이드표’ 등을 실제 사건에 적용할 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 표는 1936년 미국 의사 얼 맥브라이드(Earl Mcbride)가 만든 것으로, 279개 직업군을 나눠 노동능력 상실을 신체장애 부위에 따라 백분율로 표시하고 있다. 현재 쓰이는 것은 1963년 개정된 기준인데 대부분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감정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에 따라 대한의학회가 만든 기준인 KAMS도 최근 들어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

50년도 넘은 미국 상황을 기준으로 작성된 맥브라이드표는 그동안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IT기술 발달로 지식산업 가치가 올라갔고, 의료환경도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맥브라이드가 정형외과 의사여서 정형외과 부분은 자세하지만, 다른 부분의 세부 항목은 미흡하다는 단점도 오래 전에 노출됐다. 가령 맥브라이드 시대에 흔치 않던 성형시술 손해배상 사건도 대표적으로 배상액이 적게 책정되는 유형으로 꼽힌다. 위자료에 인색한 우리 법 체계상 직장인이 사회생활이 어려워질 정도로 외모에 변화가 생긴 경우에도 맥브라이드표를 기준으로 노동상실율을 계산하면 수천만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

대한의학회가 만든 KAMS도 2011년 발표된 후 수정 보완을 거쳐 한국의 직업분포에 맞게 설정했다고 하지만, 미국의사협회(AMA) 지침 5판을 모델로 연구한 것이어서 6판에 포함된 징후 외 증상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법원은 그동안 맥브라이드 표와 현실의 괴리를 판결을 통해 메우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대법원은 지난 2012년에도 한 보험회사가 낸 소송에서 맥브라이드표를 유추 적용한 항소심 결론을 파기했다. 맥브라이드표에 없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의 손해액을 실질적으로 산정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개별 사건 외에 일선 법원에서 통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새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진다.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 나이를 상향하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었던 노희범 변호사는 “소송에서 제일 중요한 건 손해의 공평한 배분”이라며 “맥브라이드표가 오래됐고 실제 노동력 상실로 인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비판 있는 만큼 현 시대에 맞게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객관적 지표를 새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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