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괜’PD “오정세 형의 연기가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됐는지 감독으로서 이해 불가”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 9일 종영한 tvN 휴먼멜로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좋은 대본, 깔끔한 연출, 시청자를 흡입시키는 배우의 연기, 이 세 박자가 잘 맞아떨어졌다. 박신우 감독의 센스있는 연출은 묵직한 메시지를 재치 있고 뚝심 있게 끌고 간 조용 작가의 필력과 조화를 이뤘다.

박신우 PD는 김수현, 서예지, 오정세의 연기력을 잘 조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동화적 코드를 완성한 일러스트와 동화책, 판타지를 덧입힌 화려한 CG기술과 세트도 빛을 발하며 한 편의 웰메이드 드라마를 완성해냈다. 다음은 박신우 PD와의 일문일답 인터뷰.

▶‘질투의 화신’, ‘남자친구’도 잘봤는데, 사이코까지. 이번 드라마의 연출 주안점은 무엇이었나요?

=불편한 사람들의 불편한 이야기들을 다루는 드라마여서 어떻게 소개하고 어떻게 풀어나갈까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습니다. 너무 편안하게 느껴져도 개성이 없을 것 같고 너무 불편하게 느껴지면 외면당할 것 같고… 그래서 그 사이를 찾으려고 애썼습니다. 극중 상태(오정세)가 승재(박진주)에게 ‘맹탕이지… 니맛도 내맛도 아니지’ 그러는데 저한테 하는 얘기 같아서 뜨끔했습니다.

박신우 피디님의 작품은 화면도 깨끗하고 편집, 감정선 연결 모두 훌륭합니다. 노하우는 무엇이고, 이번 작품에선 무엇에 주력했나요?

=뛰어난 편집자들하고만 작업했어서 계속해서 그 덕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노하우는 좋은 스탭을 찾는다가 되겠네요^^. 이번 작품에서도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그림의 편집재미보다는 배우들의 연기와 표정을 찾는 편집에 신경썼던 것 같습니다.

고문영 캐릭터가 특히 독특합니다. 서예지 씨가 이 캐릭터로 날아다니며 소위 '인생캐'가 됐습니다. 감독의 역할이 클 것 같은데 어떤 주문을 하셨나요?

=서예지 배우의 역할이 컸습니다. 일상적으로 경험해보기 힘든 타입의 캐릭터라서 저와 서예지 배우 모두 어떤 식으로 구현해야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우선은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후천적인 환경과 경험으로 인해서 조금 이상해진 아이니까 남들이 보기에는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이코패스로 비춰지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가 있는, 하지만 그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아이를 그리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배우의 세심한 표현이 중요했고 후반부로 갈수록 변화하는 모습의 설계도 중요했습니다. 굉장히 어렵고 힘든 작업인데 당사자인 배우보다 큰 역할을 한 사람은 없습니다. 주문은 쉽습니다. 그걸 하는 게 어려운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수현도 상처, 결핍이 많지만 문영, 상태에 비하면 평범(?)합니다. 강태는 어떤 면을 부각시키려 했나요?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의미있는 인물은 강태입니다. 가장 평범해 보이기에 가장 많은 사람을 대변합니다. 우리 모두가 상처를 안고 많은 걸 책임지며 살아가고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사람임을 김수현 씨가 연기하는 강태를 통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태가 진짜 괜찮아지는 결말에 이르렀을 때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위로를 얻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강태의 평범함은 최고의 특별함입니다. 김수현씨는 그 특별함을 알아준 참 특별한 배우입니다.

오정세 씨는 연기천재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런 연기가 나오게 됐는지 감독으로서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오정세는 연기천재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런 연기가 나오게 됐는지 감독으로서 이해가 불가능합니다. 그 형은 정말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배우이고 저는 연출이지만 그의 작업을 보면서 오히려 연출에 대한 공부를 새로 하게 된 부분이 많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를 통해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작가의 의도를 영상으로 표현하는 데 힘든 점은 없었는지, 어떻게 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는지 궁금합니다.

=작가의 의도를 영상으로 표현하는 게 제 일인데 안타깝게도, 늘 작품마다 답을 찾아 헤메고 있고, 언젠가는 답에 가까운 근사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사장, 정신병원 의사 간호사 보호사 조리장(김미경) 및 국회의원 아들 조증환자를 비롯한 입원환자들, 또 이 안에 장영남 같은 반전 캐릭터도 있었습니다. 이 많은 캐릭터들이 훌륭한 역할을 수행해주었는데요. 배우들에 대해 감독으로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신들의 능력과 그릇보다 한 참 못 미치는 역할을 이렇게 진심을 다해 필요 이상의 정성으로 구현해주는 배우들만 모여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네요? 그런데 제가 그 드라마 감독이네요? 우와… 우와!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함께 작업해주셔서 영광이었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배우들과의 잊지못할 촬영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푸른 수염 에필로그 촬영 때를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모든 배우들이 이유를 알 수 없게 진심이었습니다. 촬영이 이렇게 재밌는 거였지! 하는 뭔가 학생 같은 기분도 들었던 묘한 경험이었습니다.

▶조용 작가는 전작들이 많지 않은데 글 내공이 장난이 아니네요. 문제의식도 있고요. 함께 작업하시면서 어떠셨나요?

=정말 좋은 작가입니다. 분명한 주제를 갖고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도 항상 열려있고 힘든 시기에도 항상 웃으며 작업하는 정말 좋은 작가이고 그 이전에 좋은 사람입니다. 정말 큰 작가가 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많은 드라마를 본 기자 입장에서 볼 때, 감독님의 인생작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이 정도 완성도면 시청률이 적어도 15%는 나와야 하는데) 이번 작품 자랑을 좀 더 많이 해주신다면요. 차별화도 좋고요.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드라마의 불문율처럼 하지말라고 하는 것들은 다 하는 아주 희안한 드라마였습니다. 그런데 그래도 괜찮은 드라마였다고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조금은 자랑스럽습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괜찮은’ 드라마였고 거기 나오는 사람들 ‘괜찮은’ 사람들이었다고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wp@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