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수십만 시위에 한발 물러선 루카셴코 “권력 나눌 수 있어”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수도 민스크의 민스크바퀴견인차량(MZKT) 공장을 방문해 근로자들을 향해 “개헌 통해 권력을 나눌 수 있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6선에 성공하며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야권의 대통령 선거 불복 시위에 개헌을 통한 대통령 권력 분점과 대선 재실시에 동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수도 민스크의 민스크바퀴견인차량(MZKT) 공장을 방문해 근로자와 면담하며 “권력을 공유할 용의가 있고, 이를 위해 헌법을 개정할 수 있다”며 “이미 권력 재분배를 위한 헌법 개정 가능성을 검토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선거를 치렀으며, 내가 죽기 전까지는 야당이 원하는 새 대통령 선거는 없을 것”이란 강경 입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투표를 통한 개헌 후 새로운 헌법에 따른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어두는 발언을 했다.

그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고 헌법적 권한을 넘겨주겠다”며 “국민투표 후 새 헌법에 따라 국민이 원한다면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수도 민스크의 민스크바퀴견인차량(MZKT) 공장을 방문해 근로자들과 면담을 하고 있는 모습. [AP]

루카셴코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 국민투표는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에 나눠주는 개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벨라루스는 지난 1996년 루카셴코 대통령 주도로 실시한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을 몰아주는 순수대통령제를 채택했다.

동시에 개헌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시위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시간벌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진영은 이날 전체 근로자들에게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벌일 것을 호소했다.

벨라루스 대선 후 리투아니아에 머물고 있는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 17일(현지시간) 동영상 성명을 통해 “나는 정치인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운명은 나에게 독단적인 통치와 불의에 대항하는 전선에 서게 했다”며 “국가 지도자로서 행동하고 책임을 떠맡을 준비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 [로이터]

리투아니아에 머물고 있는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동영상 성명을 통해 “나는 정치인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운명은 나에게 독단적인 통치와 불의에 대항하는 전선에 서게 했다”며 “나는 국가 지도자로서 행동하고 책임을 떠맡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야권 지지자 20만명 이상이 수도 민스크에 모여 루카셴코 퇴진 시위를 벌였다. 이는 1994년 루카셴코 대통령 집권 이후 최대 규모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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