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장대형 제조업체, 재택근무 ‘어쩌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재확산하면서 대부분 기업들이 재택 근무 체제를 강화하고 나섰지만, 시스템 구비가 미비한 일부 제조업들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IT기업이나 금융권과 달리 상대적으로 제조업의 스마트화가 더딘 조선과 기계·플랜트 업종 등 중후장대 제조업들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업들과 금융권 등 주요 대기업들은 코로나19의 급속한 재확산에 따라 재택·원격 근무 시스템의 전면적인 실행을 위한 시스템 정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 기업들은 가상사설망(VPN)을 갖추고 일부 직원에게 VPN 권한을 부여하는 등 재택 근무 과정에서 빚어질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집약적 특성을 가지는 제조업체들은 전면적인 재택근무 도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대신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에 총력을 다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주요 조선업과 기계·엔지니어링 기업들은 사내 인트라넷 접속을 위한 1차적인 모바일 프로그램 등은 구비해 놓고 있지만, 현장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고도화된 회상 회의 시스템 등의 구축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제조업체들은 노조로 대변되는 현장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큰 여건도 걸림돌이다. 현장 근무와 본사 사무직 간의 이원화된 근무 체계 적용 자체가 어려운 현실이 원격근로 시스템 구축을 더디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경우 제조 현장은 물론 이를 지휘할 본사의 업무 시스템 전체가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플랜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IT기업들과 같은 수준의 원격근무 시스템을 갖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수일 간의 비상 근무에는 대응할 수 있겠지만 재택 근무를 장기화하기에 무리가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여력이 낮아 관련 시스템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중견·중소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VPN 구축 자체가 부담스러운 이들 중소 제조기업들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외부 소통 프로그램에 의존해 업무를 보는 수준에 만족해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1차 대유행 당시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서 중견기업의 34.2%, 중소기업의 24.3% 만이 재택근무를 도입한 바 있다고 답했다.

정순식·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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