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보언니 챌린지] ‘브로드웨이42번가’ 안무를 배워봤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권오환 안무감독과 함께 한 '배워봅시다' [헤럴드스토리]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았다. “탁타닥타닥 탁타닥타닥” 경쾌한 탭소리를 내며 가벼운 몸짓으로 날아오르는 배우들을 볼 때만 해도 ‘탭댄스’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는 미처 상상도 못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에 출연 중인 배우 전수경 오소연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일찌감치 노고를 전했다. “‘브로드웨이42번가’를 거쳐간 주연 배우 중 몸이 성한 사람이 없다”(오소연)는 역사는 완벽한 무대를 위한 배우와 안무감독들의 험난한 연습과정을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었다.

권오환 안무감독은 국내 탭댄스 1.5세대. 2000년 탭댄스를 처음 시작한 후 2004년 ‘브로드웨이42번가’에 배우로 참여했고, 현재까지 안무감독으로 인연을 맺고 있이다. 화려한 쇼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대의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한다. 작품 속 ‘꽃 중의 꽃’은 바로 탭댄스. 권 감독은 2004년 당시 페기 소여 역할을 했던 김미혜 샘컴퍼니 대표(‘브로드웨이42번가’ 제작사)와 배우 황정민(빌리 로러 역)에게 탭댄스를 가르쳤을 만큼 등장부터 주목받았다.

한창 공연 중인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의 연습실. 최근 기자와 샘컴퍼니에 근무 중인 조은경 씨가 권 감독의 ‘탭댄스 교실’의 수강생으로 만났다.

권 감독을 거쳐간 제자와 배우들은 수도 없다. 이번에는 탭댄스라곤 볼 줄만 알았지 따라해 본 적도 없는 두 사람이 배워봤다. “앙상블 배우 중에도 탭댄스를 전혀 모르는데 마스터한 사례도 있다”고 하니 자신감도 붙었다.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플랩’ 동작. 사실 심장을 콩닥콩닥 뛰게 하는 현란한 스텝의 탭댄스를 배워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기본 동작으로 시작하자”는 권 감독의 이야기에 다소 시큰둥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이게 웬걸.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시작과 동시에 박살났다.

'브로드웨이42번가' 권오환 안무감독에게 탭댄스를 배워봤다.

권 감독은 “탭슈즈에는 앞부분과 뒷꿈치 부분에 탭이 붙어있는데, 플랩 동작은 앞부분으로만 소리는 내는 것”이라며 “바닥을 쓸듯이 차는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앞부분의 탭으로 바닥을 차고’ 발을 내려놓는 것.

탭댄스는 ‘소리의 예술’이다. 1996년 초연 당시 탭댄스를 너무 잘 춰 1인 2역을 겸했던 전수경은 “탭댄스는 발로 하는 연주”라며 “몸으로는 굉장히 자연스럽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0.1㎜ 차이로 소리의 질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탭댄스를 잘 추다가 소리 하나 놓치는 것은 피아니스트가 음정을 빠트리는 것과 같아 끊임없이 연습한다”고 했다. 오소연은 “처음엔 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요령 없이 너무 세게 때리기만 해서 발바닥이 엄청 부었다”고 했을 정도다.

경험담을 듣고도 ‘탭댄스’라는 것은 길을 걷듯이, 혹은 뛰듯이 움직여주면 자연스럽게 소리가 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소리 한 번을 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소리에 맞춰 몸까지 움직여보려니 로봇이 따로 없었다.

첫 동작은 평범한 ‘스트레이트 리듬’에 맞췄고, 그 뒤로 스윙 리듬에 맞춘 플랩을 배웠다. “앤원 앤투 앤원앤투앤쓰리앤포! 발을 찰 때는 징검다리처럼 하는 거예요. 차자 마자 점프!” 삐걱거리는 몸뚱아리와 헛발질의 연속. ‘아, 난 누구, 여긴 어디…’ “발 앞으로만 차라”는 원 포인트 레슨이 이어졌지만, 그것조차 되지 않았다. 발에는 자꾸만 버퍼링이 걸렸다.

레슨 전 ‘브로드웨이42번가’의 페기 소여, ‘스윙키즈’의 디오(로기수 역)를 꿈꿨다. 약간의 스텝을 익히면 나의 발소리에 맞춰 심장 박동이 뛸 줄 알았건만, 10여분 수업에 땀만 한 바가지 쏟았다. 게다가 마스크는 쥐약이었다. 올 한해는 코로나19로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개별 연습을 진행했다. 새삼 이들의 고충도 체감했다.

함께 수업을 받은 조은경 씨는 “난생 처음 탭슈즈를 신었고, 생각보다 신발이 불편했는데 이걸 신고 춤을 추는 앙상블 배우들이 다른 세상 사람처럼 느껴졌고 신기했다”라며 “굽까지 있어 생각했던 것보다 스텝을 밟는게 어려웠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분 정도 움직이니 종아리가 욱신거리고 당겼다”는 후기를 남겨줬다.

권 감독에게 평가를 부탁했다. “잘하고 있다”며 “지금 아주 좋았다”는 칭찬을 연발했지만, 수업을 마친 권 감독은 끝내 냉정한 평가 앞에 머뭇거렸다. “‘플랩’ 한 동작만으로는 평가라는 것을 할 수가 없다”고 전제한 뒤 말을 기었다. “기본적인 스윙 리듬을 하지 못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것에 비하면 두 사람 모두 약간의 스윙 그루브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럼 보통 사람들보다 나은 수준인가요?” 단호박 답변이 돌아왔다. 칼 같이 선을 그었다. “보통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꿈과 희망을 심어줬다. 자꾸만 욕심이 나서. “브로드웨이42번가’에 앙상블로 참여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텐투텐으로 6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하면 충분히 가능해요. 좋게 좋게 가자고요 ~”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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