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국방관료가 바라본 ‘한국의 병역제도’ 책으로 발간

지난 17일 군 장병들이 수해 피해지역인 전남 구례군 일대에서 수해 복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국방부에서 근무하는 김신숙 부이사관은 이달 ‘역사와 쟁점으로 살펴보는 한국의 병역제도’(메디치)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이 책에서 김 부이사관은 한국의 징병제, 여성 징병 가능성, 병사 복무 기간 단축, 병역 대체 복무, 병사 봉급 인상 등 군에서 다루기 민감한 이슈를 소개하며 여성징병제 이슈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우선 여성 징병을 주장하는 근거로 헌법 제39조(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진다), 여성의 신체능력이 남성 못지않다는 점, 여성이 현행 군 간부(장교·부사관)로만 임관하고 있으나 병으로도 복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 등 크게 3가지를 들었다.

이어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여자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여성징병제 이슈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여성징병제 이슈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김 부이사관은 ‘현행법에서 징병 대상을 남성으로만 한정한 것은 문제’라는 위헌심판 제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010년, 2011년, 2014년 ‘합헌’ 결정을 내렸다며 현실적 한계를 먼저 짚었다. 병역법 제3조 1항의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헌법과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자는 지원에 의하여 현역에 한하여 복무할 수 있다’는 규정이 헌법 제11조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는지가 쟁점이었으나 헌재가 모두 합헌 결정을 내린 상황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이 결정에서 “남성이 전투에 더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고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여성도 생리적 특성이나 임신과 출산 등으로 훈련과 전투 관련 업무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며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해 남성만을 병역 의무자로 정한 것이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여성이 전시에 포로가 되는 경우 남자에 비해 성적 학대를 비롯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서 군사작전 투입에 부담이 크다는 점, 여성징병제 도입 시 발생하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 남녀 간 성적 긴장관계에서 발생하는 군 기강 해이 문제 등도 거론했다.

저자는 여자가 부사관이나 장교 등으로 임관하는 것은 부당하며 병사로 입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주장은 남성 장교나 부사관도 병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임관하는 현실을 간과했다고 지적하고, 여성을 병사로 입대시킨 뒤 간부로 임관하도록 해야 한다면 남성도 똑같이 먼저 병사로 입대시킨 뒤 간부로 임관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리고 여성징병제가 가능해지려면 전문병사제, 계약병사제 등이 먼저 도입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 부이사관은 “징모혼합제 형태로 지원에 의한 전문병사나 계약직 병사가 확대되면 여성도 정책 결정에 따라 병으로 복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여성의 병 복무를 위해서는 내무반 등 각종 생활관시설, 야간조 등 근무 형태, 병 훈련 형태와 체계 등 많은 부분을 점검하고 고쳐야 한다”면서 “득보다는 실이 많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책 '한국의 병역제도' 표지.

한편 저자는 과거 상업고에 진학한 오빠가 대학생이 아니어서 입영 연기가 안 돼 고생했던 경험을 되돌아보며 훗날 본인이 국방부 관료가 돼서야 비로소 고졸자의 입영 연기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며 “소소한 변화였지만 개인적으로 뿌듯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남 일 같았던 병역제도가 한 개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한 사람을 돕지 못하면 열 사람도 도울 수 없다”는 소신도 덧붙였다.

김 부이사관은 제주대를 졸업하고, 2000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산업부, 국방부,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에서 근무했으며, 고려대와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석사, 성균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방부 전력정책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soohan@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