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감마누 상장폐지는 무효” 확정…상폐 관행 바뀌나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을 무효로 판단한 첫 확정 판결이 나왔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을 때 6개월 내에 판단하도록 한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 조항을 문언 그대로 해석하지 말고 다른 사정은 없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라는 것이어서, 향후 코스닥·코스피 시장에서 상장폐지 절차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최근 코스닥 상장사 감마누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결정 무효 확인 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감마누 주식은 정리매매 이전 가격인 6170원으로 이날부터 거래가 재개됐다.

전자부품 전문업체인 감마누는 2018년 3월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사유에 해당한다고 통보했다. 감마누는 서울회생법원을 통해 회생절차를 밟는 한편, 같은 해 9월 19일 상장폐지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인용 결정을 받았다. 법원은 본안에 대한 판단 전까지 상장폐지 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는 법원의 가처분 이틀 뒤인 9월 21일 감마누가 재감사에서도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지 못했다며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마련한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에 따른 것이다. 시행세칙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개선기간이 6개월을 초과할 수 없고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감마누는 이듬해 2월 소송을 냈다.

1심은 한국거래소 시행 세칙에서 규정한 ‘상장폐지 사유 발생 후 6개월 내 결정’ 조항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상장폐지사유를 해소하지 못한 경위나 그 해소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함에도 추가 개선기간 부여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상장폐지 사유 발생일인 2018년 3월 22일부터 6개월이 되는 9월 21일 상장폐지 결정한 것은 재량권을 넘어선 것이라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상장폐지가 되면 감마누는 회사의 존립이 위태롭게 될 위험이 있다. 반면에 한국거래소가 감마누에 대한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시기를 보류한다 하더라도 거래정지 조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등의 방법으로 코스닥시장의 잠재적 투자자들에 대한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도 1심의 판단을 유지하며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상장폐지사유가 발생한 경우 즉시 상장폐지 결정을 하기보다는 해당 법인이 합리적인 기간 내에 상장폐지사유를 해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상당한 개선기간을 부여하고 그 기간 내에 실제로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된 경우에는 상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코스닥시장 투자자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장폐지 여부를 보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상장폐지가 되면 회사의 평판이 저해되고 투자자들도 거래정지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므로, 기업심사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피심사기업의 절차참여권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감마누 사건 이후인 2019년 3월 한국거래소는 감사의견 상장폐지 사유의 경우 6개월에서 1년으로 개선기간을 연장했지만, 추가 시행세칙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 관련 소송을 다수 맡은 법무법인 오킴스의 차상진 변호사는 “‘감사의견 상장폐지사유’ 유형만 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개정했고, 짧은 개선기간의 문제가 다른 유형에서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절차적 참여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한 일반적인 규정개정이 없다”고 했다.

한편 감사의견 거절에 따른 상장폐지로 2018년 5거래일의 정리매매 기간 동안 주식을 싼 값에 정리했던 감마누 주주들은 한국거래소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낸다는 계획이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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