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와 검사장이 같은 기수…어려지는 검찰 고위간부들

검찰 고위간부 인사 발표일인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서영상 기자] 검찰 고위간부인 검사장들의 사법연수원 기수와 나이가 최근 몇 년 사이 대폭 낮아졌다. 검사장들의 급격한 연소화로 퇴직시기가 더욱 당겨지면서, 검찰이 훈련된 인재들을 단기간에 잃는 것은 물론 법조계의 고질적 폐단으로 꼽히는 ‘전관특혜’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최근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연수원 27, 28기 총 6명이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27기는 신성식(55)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이정현(52) 공공수사부장, 이철희(50) 과학수사부장 등 3명이고 28기는 이종근(51) 대검찰청 형사부장, 고경순(48) 공판송무부장, 김지용(52) 서울고검 차장검사 등이다. 대체로 50대 초반이거나 40대 후반의 검사들이다.

이들을 법원의 사무분담 배치와 비교하면 검찰과 법원 사이 비교 직급에 따른 사법연수원 기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검찰에서 신규 검사장이 된 28기 이상 검사장 기수들이 지방법원에서 부장판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사건의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의 임정엽(50) 부장판사가 연수원 28기다. 전국 최대 규모 지방법원과 지방검찰청을 대표하는 서울중앙지법원장과 중앙지검장의 경우 민중기(61) 중앙지법원장이 14기, 이성윤(58) 중앙지검장이 23기로 연수원 기수가 9기수 차이다.

최근 들어 법원과 비교해 검찰의 고위간부 기수와 나이 차가 더 벌어진 것은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기용돼 전임 문무일 총장에서 다섯 기수를 건너뛰면서 검사장들의 기수 및 나이가 덩달아 낮아진 데 이유가 있다. 총장의 기수가 단번에 다섯 기수를 뛰어넘으면서 검사장들의 기수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최근 6개월 간격으로 세 번의 검찰 인사가 단행되면서 고위간부 자리가 자주 바뀐 것도 주요 원인이다.

검찰 안팎에선 검사장이 급격히 연소화 되면서 잦은 인력 손실은 물론, 검찰의 전문수사 노하우를 제대로 계승하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사람 한 명을 기르는 데 학교교육 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실무를 통해 성장하는 것 아니냐”며 “최근 50대 초반에 검찰을 떠나는 인재들이 많은데 결국 국가가 비용을 들여 길러낸 훌륭한 인재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우려는 검찰 내에서도 적지 않다. 일선의 한 검사는 “여전히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업무 학습이 있고 다양한 경험을 했던 선배들을 통해 계좌추적이나 포렌식 등의 수사기법, 사건처리 등을 배우게 되는데 계승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는 전관특혜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이른 나이에 검사장 달고 나서 사퇴하면 뭘 하겠나. 결국 전관예우 받는 변호사 하는 거 아니냐”며 “국가가 키워 정의를 위해 쓰일 검사들이 결국 많은 수임료를 받고서 안 되는 일을 되게 해주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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