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하객 50명 제한에 예식장 비용은 그대로?…공정위 “업계와 논의” 되풀이 [코로나19 재확산 초비상]

지난 6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예식장에서 직원이 예식 시작에 앞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거리두기를 위해 1m 이상 간격을 유지해 배치한 하객 의자 사이를 소독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 다음달 5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A씨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하객 수가 50명 미만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예식장 직원을 제외하면 실제론 35명밖에 홀에 들어가지 못한다. 애초 예약한 250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숫자다.

하지만 예식장 측은 예약 인원의 20%를 줄여주되 나머지 200명에 대한 비용(1500만원)은 A씨가 부담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홀에 들어가지 못하는 165명은 답례품만 받고 귀가해야 한다.

A씨는 “식사대접은 물론 예식도 못 보는데 어떻게 하객을 부르겠냐”며 “그런데도 예식장 측은 기존 예약 인원수만큼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고 고집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정부는 규제만 던져놓고 대책에 대한 언급은 없다”며 “예식장을 상대로 소송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 시 예식장 계약을 위약금 없이 취소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19일 오전 1시 현재 2만7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 예식업중앙회에 결혼식 취소위약금을 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추가 비용 없이 식을 연기하거나 최소 보증인원을 줄일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 땐 소비자 책임을 면책하자는 데 업계도 공감하고 있다”며 “이를 위약금 분쟁 해결기준·표준약관에 반영할 예정이지만 그전에 조기 시행해달라는 차원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요청은 권고 수준에 불과하다. 법적 근거가 없다. 게다가 예식을 아예 못하게 된 경우가 아니라 면책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설령 예식업중앙회가 공정위 요청을 수용하더라도 개별 예식장까지 강제하지 못한다. 경영난을 겪는 영세 예식업체가 자발적으로 취소비용을 감당하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작다.

공정위의 예식장 이용 표준약관에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의 사유인 경우 위약금 없이 취소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감염병의 경우 명확한 기준이 없다. 심지어 분쟁이 났을 때 판단 잣대가 되는 공정위의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는 면책 조항이 아예 없다. 때문에 분쟁이 벌어지더라도 예식장 측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의 기본 입장은 당사자 간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보고 있다. 업체나 소비자 한쪽 편을 들 수 없는 데다 유권해석 권한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턱없이 높은 위약금이 아니라면 30% 수준의 위약금은 고객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정부가 위약금을 보전하는 게 최선이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정위는 내년 1분기 전까지 구체적인 면책 조항을 담은 표준약관 및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개정안을 낼 방침이다. 이해관계 조정, 공정위 전원회의 승인 등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다만, 개정안이 발표되더라도 예식이 완전히 금지되지 않는 이상 100% 면책은 불가하다. 아울러 기존 계약자들에 소급 적용은 어렵기 때문에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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