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때 오랜시간 일하는 게 미덕…이제 과로 요구는 범죄”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5일 간 64시간이 넘는 근무를 시켜 근로시간 제한을 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업주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 근로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법원은 과중한 업무가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부장판사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모 회사 대표이사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고인에게 야근을 안 할 수 있는 선택권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자발적으로 일한 것이라 평가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초과근무 부분에 A씨의 지휘, 감독이 있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법정근로시간을 지키기 위한 실효성 있는 구체적 조치를 실행하지 않은 점을 종합하면, A씨가 구체적으로 인식하지는 못했어도 범행사실에 대해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한 때 열심히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미덕이던 시절이 있었다”며 “이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당연히 과로를 요구했던 기존의 근로 관행에 따른 행위에 일정한 경고를 해야 하고 그러한 측면에서 이 사건 범행에 적절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건 범행 시점에 사용자가 법정근로시간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법의식이 확립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용자도 근로자의 삶의 질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법 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에 엄한 처벌 만이 최선의 길은 아니다”라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상시근로자 200명이 넘는 규모의 회사 대표인 A씨는 2014년 11월경 1주일간 B씨를 주 52시간이 넘게 근무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B씨의 근무시간을 주 5일간 64시간 20분으로 판단했다. B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김 부장판사는 “고인의 다른 병력을 고려하더라도 과중한 업무가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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