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한미워킹그룹 재조정’ 제안에 美정부·전문가 ‘견제’

미국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간)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한미 워킹그룹 조정·재편을 제안한 데 대해 워킹그룹은 한미 간 비핵화와 대북제재 이행, 남북협력 조율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혔다. 이 장관은 18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접견에서 워킹그룹 2.0버전 업그레이드를 제안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유오상 기자] 한미간 대북 정책 협의 채널인 ‘워킹그룹’의 역할을 재조정하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제안에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이 마뜩찮은 반응을 보였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워킹그룹에 대해 “미국과 한국은 정기적으로 외교적 노력과 제재 이행, 남북협력에 대해 조율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 발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워킹그룹의 기본 취지를 환기함으로써 조정·재편에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쳤다고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미국은 워킹그룹이 2018년 10월 한미 양국 합의로 비핵화 노력, 대북제재 이행, 남북협력 조율을 위해 설치한 협의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 국무부가 워킹그룹 기본 취지를 재확인한 것은 한국 내에서 워킹그룹 수정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장관은 18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와의 접견에서 워킹그룹이 대북제재 협의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남북관계를 제약하는 기제로 작동한다는 비판도 있다며 워킹그룹을 2.0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자고 제안했다. 최종건 신임 외교부 1차관도 같은 날 첫 출근길에 워킹그룹과 관련 “들여다보겠다”며 수정 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권 내에서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워킹그룹을 아예 해체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다만 우리 정부는 워킹그룹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지난달 국내에서 워킹그룹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외교부와 미국은 워킹그룹이 상당히 유용하게 작동해왔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워킹그룹 2.0버전 구상을 놓고 더 노골적인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 장관의 워킹그룹 업그레이드 발언은 단어의 오도라면서 오히려 다운그레이드라고 비판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 장관은 워킹그룹이 남북관계를 막고 있다고 했는데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을 막고 있다는 의미”라며 “대북관여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사용했던 많은 대북제안이나 혜택을 부활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겠다고 말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워킹그룹이 장애가 돼왔다는 이 장관의 언급은 워킹그룹이 경솔한 행보에 대해 가치있는 점검을 제공한다는 미국의 인식과 충돌한다”면서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프로그램을 계속 확대해도 북한과 대화와 교역 확대를 추구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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