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인공태양’ 1억℃에서도 끄떡없는 텅스텐 토카막 재무장 나선다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진공용기 내부 모습.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핵융합발전은 인류가 직면하게 될 에너지 고갈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에너지원이다. 핵융합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에서 착안한 전기에너지 생산 기술로 ‘인공태양’으로 불린다. 원료는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와 삼중수소(리튬)을 사용한다. 특히 원자력과 달리 발생된 폐기물은 100년 이내에 재활용이 가능하고 폭발이나 방사능 누출 위험도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핵융합에너지 대량 생산 가능성 실증을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럽, 중국, 일본 등 7개국은 프랑스 카다라쉬에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공동으로 개발·건설하고 있다.

특히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연구를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최첨단 토카막 방식을 이용한 핵융합연구장치 ‘KSTAR’를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토카막은 자기장으로 플라즈마(기체가 초고온 상태로 가열돼 전자와 양전하를 가진 이온으로 분리된 상태)를 가둔다. 1억℃ 이상의 고온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해 D자 모양의 초전도 자석으로 자기장을 발생시켜 플라즈마가 진공용기 내에서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핵융합 발전을 위해서는 핵융합로 내부에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초고온 플라즈마를 생성하고,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지닌 초고온 플라즈마가 갑자기 붕괴되면 한꺼번에 쏟아지는 에너지로 인해 핵융합 장치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위해 KSTAR는 진공용기 내부 전면에 고순도 탄소타일을 부착했다. 초고온의 플라즈마에서 발생된 복사열로 인해 1000℃까지 상승하는 진공용기 내벽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탄소로 만들어진 타일을 사용하는 이유는 탄소는 열에 강해 고온의 상태에서도 비교적 녹아 흘러내리지 않고 모양을 잘 유지하기 때문이다. 또 플라즈마 운전 중 탄소 잔해가 플라즈마 내부로 들어가도 플라즈마 운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탄소는 핵융합의 원료인 수소와의 유사성 때문에 수소를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홍석호 핵융합연구소 박사는 “고성능 플라즈마의 중심부 온도는 무려 1억℃, 가장자리도 1000℃를 훌쩍 넘기 때문에 높은 내열특성과 플라즈마와 중성자와의 충돌을 이겨낼 만큼 단단한 저항성, 여기에 낮은 삼중수소 보유량, 낮은 방사화 등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가정에서 프라이팬을 오래 사용하면 점점 코팅이 벗겨져 음식은 쉽게 타고, 몸에 해로운 성분도 나오듯 핵융합 장치 내벽에 부착한 탄소 타일도 플라즈마 실험이 누적될수록 플라즈마와 부딪힌 충격에 의해 깎이고 파이는 침식 현상이 진행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탄소 타일 표면에서 떨어져 나온 입자가 플라즈마의 성능까지 떨어트린다는 점이다.

핵융합 반응 중 떨어져 나온 탄소가 중수소와 반응하면 불순물인 메탄이 만들어지는데 핵융합 반응을 유도해야 하는 연료인 중소수 중 일부가 불순물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불순물로 인해 플라즈마 성능은 저하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점에서 ITER를 비롯한 핵융합 기술국들은 탄소를 대체해나갈 새로운 물질로 텅스텐에 주목하고 있다.

텅스텐은 녹는점 또한 3422℃로 현존 금속 중 최고다. 질량 또한 탄소보다 10배나 무거운 약 20g/㎤에 달해 플라즈마에 의한 침식이 매우 작다. ITER는 이 같은 탄소의 효용성을 인지하고 탄소대신 텅스텐을 채용했다. ITER뿐만 아니라 독일과 중국도 텅스텐을 내벽재로 채택했다. KSTAR도 토카막 내 플라즈마의 열을 빼주는 역할을 하는 디버터를 텅스텐으로 교체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핵융합연구소는 고성능 플라즈마 실험과 핵융합실증로(DEMO) 관련 연구 수행을 위해 텅스텐 디버터(불순물 제거장치)를 오는 2022년 7월까지 설치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지금보다 더 강력한 플라즈마 실험이 진행될 DEMO 디버터에 텅스텐 대면재를 사용하면 2년 반 동안 교체 없이 유지할 수 있지만, 탄소 대면재는 침식이 심해 하루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홍 박사는 “ KSTAR의 플라즈마 온도는 초기보다 50배, 운전시간은 30배가 넘게 강력해졌기 때문에 탄소 소재는 더 강력해진 플라즈마 운전을 위해 텅스텐에 자리를 양보해야 할 시기”라면서 “디버터의 대면재를 텅스텐으로 교체하면 지금보다 더 우수한 고성능 플라즈마 구현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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