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미뤘는데 또?”…‘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예비부부 다시 울상

지난 7월 4일 오전 광주 서구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예식장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자 지침에 맞게 200석 규모의 웨딩홀 좌석을 49석으로 축소했다. 거리두기 2단계 땐 실내 50인·실외 100인 이상 모임·행사를 할 수 없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다시 재확산세를 보이면서, 정부가 2단계로 상향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3단계로 재상향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3단계 상향 시 예식장 등이 중위험시설로 분류돼 운영이 중단됨에 따라 올 봄 ‘코로나 대유행’ 때 이미 한 차례 결혼식을 미룬 예비부부들의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8일까지 닷새간 전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991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0시 기준 총 누적 확진자수는 1만5761명, 누적 사망자는 306명이다. 이에 따라 서울·경기는 지난 16일부터, 인천은 지난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돌입했다.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유흥주점·대형 학원·뷔페 식당 등 방역상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시설의 영업을 금지하고, 실내 50인·실외 100인 이상 모이는 행사도 금지 조치했다.

이 같은 재확산세에 일각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3단계 격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3단계는 최근 2주 내 일일 확진자 수가 100~200명 이상이 되거나, 1주 2회 이상 ‘더블링 현상(일일 확진자가 전일 대비 2배로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할 시 적용된다. 최근 연이어 증가하는 확진자 수 역시 이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3단계 격상 시 고위험 시설로 분류된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실내 집단운동시설 등은 물론 중위험 시설로 분류된 PC방, 종교 시설, 결혼식장 등도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이 같은 분위기에 올 봄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결혼을 한 차례 미뤘던 예비부부들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며 입을 모았다.

오는 23일 결혼식을 할 예정인 예비 신부 오모(30)씨는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 지 모르고 여름이 되면 잠잠해질 줄 알고 3월 결혼식을 8월로 미룬 것부터 사실 속상했다”며 “축하받고 행복하게 있을 수 있는 일생에 몇 없는 날인데, 이제는 이 시국에 결혼해서 하객들이랑 부모님한테 그냥 다 미안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결혼식을 지방에서 해 서울이랑 경기도에 사는 친구들은 (결혼식에)와도 되냐고 물어보는데, 어떻게 그걸 오라 마라 하겠냐”고 덧붙였다.

오는 10월 말 대만인 예비 신부와 결혼 예정인 이모(30)씨도 “(사회적 거리두기)1단계든, 2단계든 아내 될 사람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처가 쪽 식구들이 대만에서 한국으로 넘어와야 하는데 그 자체마저 이제 못 하게 되니 그게 제일 큰 타격”이라며 “어제(18일)도 청첩장에 날짜를 바꾸려 스티커 업체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에도 한 번 미룬 상황이라 더 미루기 힘들어 지금 머리가 많이 아프다”며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인 대만에서 한국으로 와 달라고 하기도 힘들고, 대만에서도 할 거지만 또 언제 할 수 있단 보장도 없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상에서도 예비부부들은 괴로움을 토로했다. 국내 1위 규모의 한 예비부부 커뮤니티에는 ‘3월에서 미뤘는데 또 이 상태가 오다니’, ‘이제 겨우 다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미치겠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너무 화난다’,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우리만 조심하면 뭐하나’ 등의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상향 시, 예식장 기존 계약 무효처리 해주세요!’ 청원은 이날 오전 9시 현재 3만명에 육박하는 동의를 얻었다.

이와 관련,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전파 속도가 빨라 전국적인 대유행 가능성마저 우려된다”며 “지금 방역망의 통제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까지 검토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와 민생에 큰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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