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M] 사모펀드 환매중단, 법으로 따져보니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투자에는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따르기 마련이다. 투자책임은 원칙적으로 투자자 본인에 귀속된다.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이다. 하지만 투자자가 판매사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얻거나, 정보가 부족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최근 잇따라고 있는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된 주요 논란들을 정리해봤다.

젠투펀드, 잘못된 운용? 판매사 설명부족?

1조 3000억 원 규모가 투자된 홍콩 헤지펀드 젠투파트너스 환매연기를 통보하면서 투자자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국내 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펀드다. 홍콩 현지법에 따라 운용사는 약관상 운용방식을 판매사에 공개할 필요는 없다. 판매사도 운용상황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환매중단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할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은 운용단계에서의 주의 의무와 금융소비자 보호 의무를 구분한다. 운용단계에서 운용사와 수탁사무사, 수탁은행은 판매사에 선관(선량한 관리) 의무와 약관준수 의무를 진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의무는 판매사 몫이다. 개인·기관투자자들이 판매사를 통해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젠투 사건의 경우, 판매사가 젠투파트너스의 위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지, 젠투파트너스의 운용이력이 ‘위험성’을 설명해야 하는 대상에 포함되는지가 쟁점이다. 이번 환매사태가 젠투펀드의 고의가 아닌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비롯됐는 지의 여부가 가려질 필요가 있다.

판매사, 투자성향·투자능력 고려 안했다면 적합성·적정성 원칙 위반

자본시장법 제46조 1항과 2항은 금융상품 판매사는 투자자의 연령이나 성향, 금융지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대법원은 1994년 “고객의 투자상황을 고려할 때 큰 위험성이 따르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경우 위법성을 띤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30년간의 근로생활을 마치고 모은 퇴직자금을 예탁하러 은행을 방문했다. 은행은 적절한 금융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며 A씨를 계열사 증권사에 연결해줬다. A씨는 증권사에 은퇴자금을 1년간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1년 뒤 반드시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원금손실 가능성이 낮은 상품을 권해달라고 했다. 증권사는 A씨에게 5배의 차입(leverage)이 적용된 외국계 운용사의 채권펀드 상품을 권했다.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는 “기초자산인 A은행이나 운용사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1년 뒤 4%의 확정금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상품은 젠투파트너스의 상품을 덧씌운 ‘Gen2 Speedup DLS’였다.

A씨가 받은 투자설명서에는 ‘고령자 투자권유 유의상품’이 명시돼 있었다. A 씨의 녹취록에는 자신이 ▷은퇴자금 관리 ▷예탁목적에 가까운 투자 ▷1년뒤 회수의 필요성 등을 강조한 부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런데도 증권사가 A씨에게 5배 이상의 레버리지가 걸린 상품을 추천한 건 ‘적합성의 원칙’ 준수여부를 두고 다툴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대규모 원금 손실사태가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도 판매사의 프라이빗뱅커(PB)들은 ‘원금보장형’인 안전상품으로 추천했다. 투자자의 절반가량은 60대 이상의 고령자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들은 자체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DLF 상품의 제작부터 판매까지 주도적 역할을 했다. 투자자 성향 조사를 하지 않고 직원이 임의로 입력한 정황도 포착됐다. 운용사 내에서 DLF 상품은 원금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상품으로 분류된다. 안전투자를 목적으로 한 고령자들에게 고위험 상품을 추천하는 건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적정성의 원칙’도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마련된 조항이다. 자본시장법 46조의 2제 1항과 2항에 해당한다. 판매사는 일반투자자의 정보를 파악해 상품의 위험을 고지해야 한다.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은행 등으로부터 젠투파트너스 펀드상품을 투자한 15명의 일반투자자 중 4명은 70~80대의 고령 투자자로 확인됐다.

은행이 소개한 증권사에서 퇴직금을 펀드에 투자했는데, 가족 동행도 없었다. 4명의 경우 ‘원금 보장형’ 상품이라고 소개를 받아 투자했다고 주장한다. 9명은 운용사의 과거 운용성과를 설명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판매사가 ‘적정성의 원칙’을 준수했는지를 법리적으로 다툴 수 있는 대목들이다.

설명의무, 기관투자자에도 적용된다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가 사모펀드 운용사나 판매사에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투자 과정에서 투자설명서를 확인해 위험성을 살피고, 판매사와 금융거래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명의무는 전문투자자에게도 적용된다.

2015년 대법원은 자산운용사가 전문투자자를 상대로 펀드를 판매할 때도 투자손실 위험을 충분히 알릴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판매사 또한 전문투자자를 상대로 금융상품을 투자할 때 투자손실 위험을 충분히 알릴 의무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상품 집단소송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일반투자자든 전문투자자든 판매사를 통해 상품 투자를 했다면 그 상품에 대한 설명의무는 운용사가 아닌 판매사에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사기, 판매사도 속았다면 최종 책임자는 운용사

옵티머스 사건은 전형적인 펀드 사기 사건으로 분류된다. 운용사가 완화된 사모펀드 규제를 악용해 수탁은행과 사무수탁사에 각각 다른 ‘정보’을 전달했다. 금융소비자에게 전달한 투자제안서에 담긴 기초자산과 운용사가 실제 투자한 기초자산은 완전히 다른 성격이었다. 안전성을 무기로 내세운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고위험의 사모사채로 바뀌어 있었다. 판매사들도 운용사에게 속았다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사기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특례조항 및 미비한 제도를 이유로 상품 점검에 손을 놓고 있었던 수탁은행과 사무수탁사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법적 책임은 부분인정되거나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사모펀드에서 수탁은행과 사무관리자는 감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특례조항에 선관주의 의무도 포함된 건 아니다. 이 때문에 선관주의 의무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손실 피해를 본 투자자 측에서는 이 때문에 수탁은행과 사무수탁사가 펀드 재산 평가의 공정성 확인의무 등 일부 의무는 예외가 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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