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라의 동방불패] 中금융사, 홍콩 금융인력 흡수 가속

홍콩 정부청사 앞에 설치된 한 쌍의 감시 카메라 뒤로 20일 홍콩 깃발과 중국 오성기가 나부끼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중국 본토 금융기업들이 홍콩 금융가를 빠르게 점령해가고 있다. 국가보안법 강행에 따른 미국의 ‘최혜국대우 폐지’ 등 홍콩의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다국적 투자은행(IB)들이 빠지자 관련 인력을 대거 흡수하면서다.

지난해 6월 대규모 시위에 이어 국가보안법이 채택된 1년반여 동안 중국 금융기관은 홍콩에서 IB 인력 채용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국 금융사의 홍콩 내 IB 인력은 2100명으로 급증하며 글로벌 IB(2200명) 규모에 맞먹는 수준으로 늘었다.

중국 금융사 가운데 가장 많은 IB인력을 채용한 곳은 대형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다. 작년부터 올해 7월말까지 130명을 새로 채용했다. 지금같은 추세라면 중국 금융기업들이 글로벌 IB를 능가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홍콩의 금융 인력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인재다. 국가보안법으로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가 흔들리게 됐다는 관측이 나오자마자 이들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 중국 금융기관이 홍콩 내 인재를 흡수하면서 홍콩 금융가에서 이들의 경쟁력도 커지고 있다.

중국 금융사의 홍콩 금융가 점령은 중국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와도 관계가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중국 기업의 금융거래를 막으면서 홍콩에서 달러를 조달하려는 중국기업들이 증가하고 있고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가 본토의 금융시장을 개방하자 반대로 중국기업들은 해외 진출을 늘리려 하면서 홍콩이 출발점이 되고 있다.

홍콩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중국계 증권사의 확장 속도가 무섭다. 상장주관업무를 맡은 홍콩내 10위권 증권사 가운데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씨티 등 3곳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중국기업으로 채워졌다.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국가보안법 영향으로 중국계 금융사의 홍콩 금융가 점령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중 압박이 커질수록 홍콩의 금융허브 우위와 중국 본토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자리를 잡았던 글로벌 IB의 생존 여지는 더 좁아질 수 밖에 없어서다.

미국은 홍콩 국가보안법 실행 직후 홍콩에 적용하던 특별지위를 박탈했다. 홍콩을 중국 본토와 별개 지역으로 간주해 관세·투자·비자 등에 특별혜택을 부여하는 홍콩 지위의 근간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해 미국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홍콩과 맺은 3개 협정을 추가로 파기한다고 밝혔다. 탈주범 인도, 징역 선고자 이송, 선박의 국제 운항에서 나온 소득에 대한 상호 세금 면제 등 3가지 양자 협정을 중단 또는 종료한다고 홍콩에 통보했다.

홍콩에 거점을 둔 글로벌 IB들은 미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대응 전략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게 생겼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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