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만원 빚을 7억원으로…어이상실 사기 혐의 기소

대전지법 [연합]

[헤럴드경제=뉴스24팀] 경찰과 검찰이 수사자료의 숫자를 잘못 읽어 범죄 구성을 한 뒤 사기 혐의로 기소하는 ‘황당한 실수’ 로 망신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50대 여성 A씨는 2017년 순번에 따라 곗돈을 몰아주는 ‘번호계’에 가입하면서 계주에게 “앞번호 쪽에 나를 넣어 곗돈을 타게 해주면 이후 불입금을 틀림없이 내겠다”고 해 이듬해 6000만원을 받은 뒤 제대로 불입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당시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은 거액을 갚지 못해 곗돈을 꾸준히 납부할 의사가 없었다”며 그 증거로 신용정보조회 결과를 분석한 경찰관 수사보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A씨가 15개 대부업체로부터 7억원 상당의 거액을 대출받았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신용평가기관이 경찰에 보낸 자료에는 A씨 대출 규모가 7000만원 정도로 기재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천원’ 단위를 ‘만원’ 단위로 ‘0’을 하나 더붙여 채무를 10배나 부풀린 것이다.

사기죄 구성의 전제가 된 ‘거액의 대출금’은 7억원이 아닌 7000만원가량이었지만, 검찰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3단독 구창모 부장판사는 “금액 단위를 오독해 터무니없고 엉뚱한 결론을 냈다”며 “이런 (경찰의) 실수가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때까지 정정되지 않았고, 검찰도 기소에 이르렀다”고 안일함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소득 자료, 피고인이 낸 곗돈이 4700만원에 이르는 점 등으로 미뤄 일부 돈을 못 낸 건 연체한 것이라는 피고인 말에 설득력이 있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