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폭행당했다’며 제출한 영상증거…기관간 전달과정서 파손

국가인권위원회.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체포과정에서 경찰관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제출한 지구대 내 내부 영상 증거가 기관 간 전달 과정에서 파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검찰총장, 법원행정처장에게 사건기록의 전달 과정에서 파손 여부 등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은 2014년 5월께 A경찰서 소속 경찰관들로부터 체포 과정에서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내용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기록을 보관하던 B검찰청은 증거자료인 지구대 내부 폐쇄회로(CC)TV영상이 저장된 CD 원본을 파손된 상태로 법원에 제출했다. 진정인은 이로 인해 해당 소송에서 패소하게 되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B검찰청은 “CD 원본이 파손된 것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사건기록이 항고, 재정신청, 즉시항고 과정에서 법원, 검찰청 등 여러 기관으로 전달됐다. 사건 당시 전달받은 기록이 온전한지 그 파손 등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별도의 절차가 없었으며 CD 원본이 언제, 어느 기관에 의해서 파손됏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현재 불기소 처분의 항고(일선 검찰청→고등검찰청), 재항고(고등검찰청→대검찰청), 재정신청(고등검찰청→고등법원), 즉시항고(고등법원→대법원) 과정에서 사건기록은 인편 혹은 우편으로 전달되고 있는데, 전달받은 기록이 온전한지 그 파손 등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별도의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국가기관 간 사건기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증거자료가 파손된 행위가 확인됐음에도 수년 동안 재발 방지를 위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특히 형사 사건기록은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 검사의 처분, 하급법원의 재판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불복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검토해야 할 필수적인 자료일 뿐만 아니라, 관련된 민사·행정소송에서 중요한 증거로서, 사건기록의 온전한 보전을 통하여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 나아가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인권위는 “검찰총장·법원행정처장에게 사건기록의 전달 과정에서 사건기록과 첨부된 증거자료가 파손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은 물론, 기록을 전달받은 즉시 그 파손 여부 등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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